2009기축년, K-리그소띠들의반란보라

입력 2009-01-02 16: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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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08년이 지나가고 2009년 새해가 밝았다. 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마음이 무거웠던 지난 해 한국 축구계를 돌아보면 허정무 감독 부임 이후 국가대표팀의 세대교체가 성공적으로 이뤄졌고, 19년 만에 사우디아라비아전 승리를 거두는 등 거시적인 관점에서 좋은 일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좋지 않은 소식도 적지 않았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베이징올림픽 본선 8강 진출 실패. 대회 개막 전 한국 올림픽대표팀은 최상의 전력을 구성하며 어느 대회보다 좋은 성적을 기대했지만, 유럽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궈야 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당시 아픔을 겪었던 올림픽멤버 중에는 유독 1985년생, 소띠 선수들이 많았다는 것. 골키퍼 송유걸과 정성룡을 비롯해 수비수 김진규와 김창수, 미드필더 김승용, 백지훈, 오장은 그리고 공격수 박주영과 이근호까지 무려 9명이다. 축구팬들의 높은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지만, 이들은 K-리그로 돌아와 맹활약을 펼치며 성난 팬심을 잠재웠다. 지난 시즌 천당과 지옥을 오간 선수들, 올해에는 기축년의 상징인 소의 우직함과 같은 변함없는 활약을 약속하고 있다. ‘올해도 골폭풍은 이어진다’ 공격수 박주영과 이근호 ‘축구천재’ 박주영과 ‘태양의 아들’ 이근호가 각각 해외와 국내에서 기축년 스타의 선봉에 선다. 박주영은 지난 해 프랑스리그 AS모나코로 이적한 이후 13경기 연속 출장해 2골 2도움을 기록하며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아쉬운 점은 더 많은 골을 터뜨리지 못했다는 것. 자신이 원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 더 큰 무대 진출을 위해서는 2009년 골결정력을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2008년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이근호 역시 주목할 만한 기축년 스타다. 특히 이근호는 외국 선수들이 독식한 K-리그 득점부문에서 5위에 오르며 토종 공격수의 자존심을 세웠다. 이근호는 최근 국가대표팀 4경기에서도 5골을 터뜨리는 눈부신 활약을 펼쳐, 19년 만에 사우디를 격침시키데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지난 31일 원소속팀 대구와의 우선 계약을 흘려 보낸 이근호는 현재 K리그 우승이 가능한 팀은 물론 프랑스나 네덜란드 등 유럽무대 진출까지 고려하고 있다. ‘소처럼 우직하게’ 미드필더 김승용, 백지훈, 오장은 지난 해 말 상무 전역을 신고한 김승용은 K-리그 플레이오프 4강전부터 다시 FC서울의 유니폼을 입고 나타났다. 경기 감각은 많이 떨어져 있었지만, 특유의 자신감은 여전했다. 올림픽대표 시절 ‘김승용 프리킥=골’이란 공식을 만들 정도로 정확한 킥을 자랑했던 김승용은 올 시즌 세뇰 귀네슈의 아이들의 일원으로 수원에게 내준 정규리그 트로피를 반드시 되찾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백지훈과 오장은 역시 소처럼 우직하게 중원을 지킨다는 각오다. 지난 시즌 백지훈은 선배 이관우에 밀려 많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올 시즌 만큼은 백업 멤버보다는 주전 멤버로 도약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오장은은 지난 시즌 K-리그 4강전 패배의 아픔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미드필더로서 남들보다 한 발 더 뛰지 못한 것과 체력 문제가 아쉬움으로 남은 것. 이처럼 오장은의 소망은 지난 해와 같은 실수를 다시 되풀이 하지 않는 것이다. ‘최소실점 도전’ 골키퍼 정성룡과 송유걸 기축년 스타들의 반란에는 골키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 중 정성룡(성남)과 송유걸(인천)은 2009년 K-리그 최소실점에 도전한다. 지난해 34경기에서 29실점(0.86)으로 경기당 1점도 되지 않은 특급 선방을 펼친 정성룡은 39경기에서 29실점으로 경기당 0.60을 기록한 ‘거미손’ 이운재와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특히 정규리그 기록만 따지고 보면 이운재를 능가한다. 게다가 지난 12월 결혼을 통해 더욱 심리적으로 안정된 정성룡은 소속팀뿐만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든든하게 골문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송유걸은 지난 시즌 팀 내 권찬수에게 밀려 12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지만, ‘제2의 이운재’라고 평가 받고 있는 정성룡의 경쟁 의식을 자극할 능력을 가졌다. 스피드와 판단력이 뛰어난 송유걸은 동갑내기 정성룡 뿐만 아니라 이운재, 김영광, 김용대 등 아직 넘어서야 할 선배들이 많지만, 기축년의 정기를 이어 받아 화려한 비상을 꿈꾸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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