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위기를 넘어야 본선이 보인다
허 감독은 2009년 새해 대표팀에 한번의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대비하고 있다.
“인생도 굴곡이 있듯 대표팀의 최종예선전에도 한번쯤은 위기가 올 것 같아요. 축구가 변수가 많은 종목이잖아요. 핵심선수들의 부상, 약팀과의 무승부 등 예상치 못한 일로 대표팀이 한번쯤은 힘든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럴 때 위기를 잘 넘기면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겁니다. 철저한 준비만이 위기를 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허 감독이 주목하는 시기는 6월 초. 6월 6일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전을 치른 뒤 4일 만에 다시 한국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해야 하는 만큼 체력적으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이 시기를 잘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6월 초면 K리그가 한창 시즌이고, 유럽축구는 휴식기에 돌입하는 시기에요. 6월 스케줄 상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차근차근 승점을 쌓아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절대 방심하면 안 되죠.”
○세대교체는 여전히 진행형
허 감독이 대표팀에 부임해서 가장 많이 변한 것은 새로운 얼굴들이 대거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점이다. 한국축구의 새 아이콘으로 떠오른 기성용, 이청용을 비롯해 정성훈, 이정수, 곽태휘 등 뉴 페이스들이 대표팀을 점령했다.
이제 2002년 월드컵 스타 중 남은 선수는 이운재, 이영표, 박지성에 불과하다. 허 감독의 이런 실험은 초기에 거센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정도로 실패를 거듭했지만 서서히 본궤도에 진입하며 대표팀이 안정을 되찾고,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대표팀 부임 초기부터 우리 코칭스태프는 한결같이 201O년 월드컵 본선에서 뛸 수 있는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여러 선수들을 데려다 테스트를 했습니다. 실패할 땐 거센 비난에 힘들었지만 그래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일을 진행했습니다. 이제 슬슬 성과가 나오는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하지만 허 감독은 자신이 구상한 세대교체는 아직 절반도 이뤄지지 않아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준비하면서도 어린 선수들을 많이 발탁했죠. 사실 그때 저는 내심 2002년 월드컵대표팀 감독까지 노려서 그렇게 팀을 운영했어요. 결과적으로 제가 대표팀 감독은 아니었지만 2000년 시드니올림픽 멤버들이 2002년에 꽃을 피워 4강 신화를 이루어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어린 선수들이 아직 많이 부족하죠. 하지만 2010년 남아공월드컵까지 경험을 늘리고, 기량을 발전시키면 또 하나의 신화가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동국, 설기현, 이천수 아직 기회는 있다
대표팀이 많이 어려지면서 붙박이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단골 멤버들이 많이 제외됐다. 그 가운데 설기현과 이천수는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해 허정무호에 잠시 올라탔다가 하차했다. 이동국은 2007년 아시안컵 음주파문으로 인한 징계 등으로 오랫동안 대표팀을 떠나있었다. 이들 3명에 대해 얘기를 꺼내자 허 감독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선수들이 지금 가장 활발하게 해줘야하는데 저도 아주 안타까운 부분이에요. 이동국, 설기현, 이천수가 여전히 좋은 기량을 발휘했다면 대표팀은 더 저력을 갖춘 팀이 됐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여러 가지 이유로 기량이 너무 쉽게 떨어졌어요. 반성하고 더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 뒤 그는 이들을 여전히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설기현과는 가끔 통화하며 몸 상태 등을 체크하고 있다. 이동국, 이천수는 국내에 머물고 있어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허 감독은 대표팀에 꼭 필요한 선수이기 때문에 이들을 꾸준하게 관찰하면서 다시 기회를 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지금 대표팀은 항상 문이 열려 있습니다. 이동국, 설기현, 이천수 뿐이 아니에요.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라면 누구라도 대표팀에 불러 직접 눈으로 확인할 생각입니다. 내일 은퇴하더라도 오늘까지 전진하는 선수들을 원합니다. 그런 정신력과 도전정신 등 준비된 선수는 누구라도 대표선수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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