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한국축구 세대교체 성공?
○한국축구 세대교체
- 기성용, 이청용 등 젊은 선수들의 활약상이 지난해 두드러졌다. 세대교체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느낌이다. 대표팀에서도 이들이 생각보다 빨리 성장하고 있다.
▲홍 : 젊은 선수들은 생각이나 기준이 명확하다. 그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구체적인 목표가 딱 정해져 있다. 하지만 이들을 냉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황 : 우리 팀에도 젊은 선수들이 상당수 있다. 대화를 나눠보면 아주 당차고 패기, 자신감이 넘친다. 운동장에서 보여주는 실력도 수준급이다. 이들이 빨리 성장하는 게 한국축구에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자기 생각에 빠져있고 그것만을 고집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조력자가 필요하다. 스스로 멘토나 스승을 찾아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은 기량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듯 싶다.
- 제2의 홍명보나 황선홍이 될 만한 선수들을 꼽아 달라.
▲홍 : 1-2명만 말하기에는 너무 많다.
▲황 : 마찬가지다. 언론에서 요즘 다루고 있는 선수들 모두 해당되지 않겠나. 아직 19-20세에 불과한 이들이 얼마나 성장할지 예측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누구라고 꼭 집어서 이야기는 못 하겠다. 자기 이름이 안 나온 선수들이 삐지면 어떡하나(웃음)
- 소위 말하는 신세대 선수들 중 합숙 문화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다수 있는 것 같은데.
▲황 : 감독 생활을 1년 해보니 코칭스태프와 선수 간의 의사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더라. 선수와 지도자 간 마음의 갭이 줄어들어야 하는데 그 단계까지 가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 팀도 합숙을 많이 하는 편인데 합숙을 하는 게 선진축구가 아니라는 일방적인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선수들도 감독이 전달하는 바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고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물론 1경기 졌다고 해서 마치 벌을 주는 것처럼 합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홍 : 명확한 답은 없다. 축구에는 정답이 없지 않나. 젊은 선수들은 달콤한 것은 쉽게 받아들인다. 학창시절부터 합숙을 많이 해서 권태감이 생겨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외국인 감독이 맡고 있는 팀은 합숙을 잘 안 하기 때문에 동요되는 점도 없지 않아 있다. 한 시즌에 맞춰 계획을 갖고 진행되는 합숙에는 분명 선수들이 따라줘야 한다.
▲황 : 합숙이라는 게 잡아놓고 가둬놓는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 시즌 도중 선배와 후배 간 골이 깊어지고 졌을 경우 남 탓을 하는 등 팀 정신이 흐트러질 수도 있는데 서로 대화의 시간을 갖고 함께 활동하고 먹고 자면서 이런 점들이 보충될 수 있다. 이 정도도 희생하지 않겠다면 축구를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홍 : 우리가 왜 합숙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설명을 선수들에게 해준다면 좀 더 합숙의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거라 본다.
- 선수 뿐 아니라 K리그 감독들도 서서히 세대교체가 되고 있는 것 아닌가.
▲황 :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 젊은 감독들이 좀 더 많아진다면 영향력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현재 현역에 있는 우리 젊은 지도자들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우리 각자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색깔을 내주고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
- 홍명보 코치가 K리그 감독으로 온다면 도움이 되겠나.
▲황 : 물론이다.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영향력도 있고 좋은 경쟁이 되지 않겠나.
- 짓궂은 질문이지만 2010남아공월드컵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를 놓고 경쟁 관계에 놓인다면 양보할 수 있겠나.
▲홍 : 그 때 무엇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대표팀 감독은 하고 싶다고 맡을 수 있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 솔직히 그 동안 대표팀에서 생활하며 그 자리는 굉장히 책임감이 크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힘든 자리라는 것을 느꼈다.
▲황 : 마찬가지다. 그 때 과연 내가 준비가 되어 있느냐가 첫 번째일 것이다. 그 때까지 여러 과정을 거칠 텐데 냉정하게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 상대방이 국가대표팀 감독이 된다면 코치로 보좌할 의사가 있나.
▲황 : 상황만 허락하면 못 할 것이 없다.
▲홍 : 감독이 (황)선홍이가 되든 누가 되든 필요로 하는 내 역할이 있다면 수락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Part 3 해외진출 잘못하면 큰코다쳐!
○ K리그
- 최근 선수들 사이에 아시아쿼터제(3+1)로 인한 해외진출 붐이 일고 있다. 특히 J리그를 원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홍 : 3+1은 일본 뿐 아니라 아시아축구연맹(AFC) 차원에서 추진하는 정책 아닌가. 우리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다만, K리그도 대비책은 필요하다.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J리그는 돈 많이 주고 편안하게 운동할 수 있는 이미지로 형상화돼 있는 경향이 있는데 J리그가 그리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황 : 내가 일본에 진출할 때만 해도 국가관과 사명감이 있었다. 반드시 일본에서 성공해야 하고 우리가 그들보다 한수 위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그런 생각 말이다. J리그나 유럽에 갔다가 실패해서 돌아오면 또 K리그에서 대접 받을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을 후배들이 가져서는 안 된다. 좀 더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해외로 간다면 성공 확률이 높지 않을까.
○2009년 한국 축구는 □다.
▲황 : 2009년은 한국축구 ‘전환의 한 해’였으면 한다. 이제는 2002년월드컵의 그늘에서 벗어나 발전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 히딩크 시절과 비교할 것인가. 선진축구 가운데서도 어떤 부분이 한국축구 현실에 맞는 지를 찾아가는 것도 필요하다.
▲홍 : 2009년 한국축구는 ‘도약의 기회’다. 월드컵 최종예선을 잘 통과하면 축구 붐이 다시 일 수 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2년 연속 일본 팀이 우승을 했는데 올해는 K리그도 4팀이나 나가니 다시 한 번 한국축구의 위상을 보여줄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정리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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