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경신년인터뷰“올해목표?상금왕·대상싹쓸이할래요”

입력 2009-01-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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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우승권을 맴돌았지만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았던 프로 3년차 서희경은 2008년 8월 하이원컵 채리티 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이후 하반기 12개 대회에서 6승을 쓸어 담으며 KLPGA 무대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우승 이후 5개월여,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처럼 어리둥절한 시간을 보냈지만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성장해야하는지는 분명히 알고 있다. -2008년은 그야말로 놀라운 한 해를 보냈다. “사실 그렇다. 정신이 없다. 하이원컵 우승 이후 5개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얼떨떨하다.” -언제나 꿈꾸던 이상적인 모습 아닌가? “그렇긴 한데, 어쩐지 이상하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다. 너무 바라왔고, 상상해왔던 것이 현실이 되는 느낌은 특별하다. 한마디로 행복하다.” -우승 이후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 “주변에서 많이 좋아해주고 찾아주시는 것도 좋지만, 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뿌듯하다. 조급함도 사라졌다. 예전에는 전반 홀에 보기를 2개 정도 하면 스스로 무너지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전반에 3오버를 쳐도 후반에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 -2008년에 잘 치리라는 예감이 있었나? “사실 전반기에는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이 없었다. 잘 하고 싶은 욕심은 있었지만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했다. 데뷔 이후 3위만 세 번 했지만, 우승과는 달랐으니까.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없었고,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았다. 특별한 예감 같은 것은 가질 여유가 없었다.” -프로에게 우승이란 다시 태어나는 기분일 것 같다. “언제나 얇은 막에 감싸져 있었고, 몸부림치다가 겨우 뚫고나간 기분이다. 다른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하다. ‘대단하다, 잘했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 그런 말이 용기도 되고 힘도 되지만, 거기에 안주하지는 않겠다. 항상 더 큰 목표를 생각할 것이고,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2008년 좋은 성적을 거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듯한데. “스윙과 체력훈련 모두 게을리 하지 않았다. 레슨은 고덕호 프로에게 2005년부터 계속 받아왔는데 그렇게 체계적으로 배워본 것은 처음이다. 스윙의 기본부터 개개인에게 맞는 레슨을 해주신 덕분에 스윙이 좀 더 간결해졌다. 체력 훈련은 분당에 있는 재활전문 휘트니스 센터에서 2006년 겨울부터 시작했는데 많은 효과를 봤다.” -최근에는 멘탈게임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잠들기 전에 항상 명상을 하고, 2년 전부터 뇌호흡을 배웠다. 그것이 도움이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히 하고 있다. 골프와 관련된 심리학책도 많이 읽고 자료도 많이 찾아본다. 물론 읽으면서 바로 받아들이기엔 어려운 점이 많다. 좀 더 공부해야 할 것 같다.” -첫 우승을 했던 하이원컵에서는 차분해보였다. “예전에는 2라운드를 우승권에서 마치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만큼 가슴이 떨렸는데 하이원컵 최종라운드에서는 이상하게 차분해졌다. 막상 티잉 그라운드로 걸어갈 때는 조금 떨리긴 했지만 예전만큼은 아니었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이 그런 느낌일까 싶다. 우승을 하고 나서도 그랬다. 너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하고 보니 성취감이 들긴 하지만 다른 대회를 마치는 것과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늘 캐디를 봐주시던 이제 아버지(서용환 씨)가 백을 내려놓으셨다. 혼자서도 자신 있었나? “2008년 6개 대회에서 우승했는데 세 번은 아버지가 캐디였고, 세 번은 하우스캐디였다.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캐디를 해주셨기 때문에 아버지가 계시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불안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큰 선수가 되려면 난 이쯤에서 물러나고 너 혼자 해야 한다’고 하셨다. 처음엔 어색하고, 중요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우물쭈물하고 자신감이 없으면 반드시 미스 샷을 하게 된다. 어떤 결과가 오든 그것을 받아들이고 더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빈자리도 많이 채워졌다. ” -프로데뷔 후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특별한 기복이나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데뷔 후 프로무대 적응이 조금 힘들었을 뿐이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단지 대회에 입상해서 포인트를 쌓으려고만 했던 것 같다. 프로에 와서는 우승이 아니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기 때문에 우승에 대한 욕심이 커졌고, 욕심 때문인지 자주 컷오프 됐다. 그런 것들이 힘들었다.” -코스에서 늘 신중한 모습이지만 최근에는 환하게 웃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너무 웃음이 없다고, 주변에서 의식적으로 웃으라고들 한다. 어머니도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항상 곁에 와서 좀 더 웃으면서 플레이하라고 조언해주셨다. 그래서 좀 더 웃으려고 노력하다보니 성적도 더 나아졌다.” -2008년 자신의 수많은 샷 중에 베스트 샷을 꼽으라면? “세인트포 레이디스 마스터즈 마지막 날 15번홀 3번째 샷이다. 바람이 불어 한 클럽 길게 잡고 펀치 샷을 했는데 핀 15cm에 붙였다. 그런 샷을 하고 나면 페어웨이를 걸어가면서 가슴이 쫙 펴진다. 그 홀 부터 4홀 연속 버디를 잡았다. ” -아마추어들에게 골프에 관한 조언을 한마디 해달라. “프로암에서 만나보면 많은 골퍼들이 과한 욕심을 부리는 듯하다. 골프는 노력한 만큼 보답해주는데 노력 없이 결과에만 연연하는 것 같다. 그냥 골프를 즐겼으면 한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2008년 경기를 하면서 체력이 약하다는 것을 느꼈다. 시즌을 마친 뒤 일주일에 6일 웨이트트레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심리적으로도 강해져야 한다. 좀 더 배짱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미래를 대비해 영어준비도 필요하다. 꾸준히 하고는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쓰지 않으니 힘든 부분도 있다.” -골프를 잊고 지내는 시간도 필요할 듯한데. “여가 시간이 생겨도 나가서 노는 것보다는 집에서 자는 것이 더 좋다. 놀아본 사람이 논다고 운동만하다보니 노는 방법을 모른다. 친구들을 만나거나 영화보고 쇼핑하는 정도다. 가끔 술을 마시기도 하지만 즐기는 편이 아니라 술자리도 별 재미가 없다.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운동을 하지 않고 다 풀릴 때까지 그냥 쉰다.” -스물 셋이고 172cm의 늘씬한 키에 골프계의 ‘얼짱’이라 불릴만한 미모를 지녔다. 남자친구는 없나? “투어생활을 하다보면 남자친구를 만날 기회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인연이 되면 만날 거라고 생각한다. 연애에 대해 부모님이 간섭하는 편은 아니다. 내 할 일만 잘하면 오히려 좋아하실 것이다.” -2009년에 대한 부담이 있을 듯하다. 목표와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는 상금왕과 대상을 꼭 타고 싶다. 길게 봐서는 세계무대로 가는 것이 꿈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한국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를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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