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빛깔의희망…베스트작가김영하·김훈·노희경신작수필집‘인기’

입력 2009-01-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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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따라…불안해도…사랑하며…살아가는것
한 인간의 내밀한 속마음을 엿볼 수 있는 수필, 2009년 1월 주목할 만한 작가들의 신작 수필집이 인기다. 이들은 소설과 드라마, 기사 등을 통해 그물망처럼 드리웠던 글쓰기의 기술적 장막을 시원하게 걷어버렸다. 수필 안에서 노골적으로 그네들이 드러난다. 매번 대중이 열광했던 작가들, 왜 그들은 지금까지 글을 썼던가? ‘쓰다’의 필연성, 작가의 삶을 대하는 희망이 신간을 읽으면 보인다! 주인공은 바로 김훈, 김영하, 노희경이다. 김훈처럼 의연하게 혹은 짐짓 냉정한 시선으로 삶을 대할 순 없을까? 김영하처럼 상상의 고리들을 구슬 꿰듯 쭉 엮어 유쾌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까? 아예 노희경처럼 온전히 진심을 다해 인간을 사랑할 순 없을까? 2009년 새해, 작가들의 수필을 읽으며, 건강한 삶을 설계해보자.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김영하/293쪽/랜덤하우스 코리아/12,000원 ○버리고 비우고,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보자! 김영하는 유쾌하다. ‘자기 멋대로’ 사물을 본다. 영화, 시, 가요, 고전 등 모든 예술 장르를 넘나들며 생각의 지평을 넓힌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아랑은 왜’ 등 블랙홀처럼 독자를 빨아들이던 이야기꾼은 돌연 대중적 문화스타로 변모했다. 교수이자 라디오 DJ, 영화평론가 등 그에게는 수많은 직함이 붙었고, TV를 틀면 그의 많은 단편과 장편 소설이 드라마, 영화, 미니 다큐멘터리로 쏟아져 나타났다. 그랬던 그가 지난 해 돌연 모든 직함을 버리고 아내와 함께 훌쩍 시칠리아로 떠났다. 그리고 다시 쓴다. 왜 버릴 수밖에 없었는지, 시칠리아에서 다시 여백이 가득한 떠돌이 이야기꾼으로 돌아왔다.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랜덤하우스)는 김영하의 시칠리아 여행기다. 한편으로 소설을 기다리는 독자들에게 안도감을 건네는 긴 편지글이기도 하다. 다시 김영하는 작가라는 정체성을 독자들에게 각인시킨다. 글자와 기억의 홍수 속에서, 모두 머리에 담고 갈 수 없다. 버려야 한다. 버린 만큼 다시 채울 수 있다. 시칠리아 자연에서 길어 올린 김영하의 사유의 우물이 어떻게 다음 소설에서 채워질지 기대하게 만드는 수필집이다. 미디어에서 보인 작가의 정돈되고 부드러운 이미지와 달리 김영하의 소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의 흐름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소재를 확장하는 멋이 있다. 에세이집에서는 작가로서의 자기 위안, 반성, 시칠리아에서 느낀 상념들이 가득하다. 김영하의 소설 골수팬과 사진 위주의 여행에세이에 지친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바다의 기별] 김훈/220쪽/생각의 나무/9,500원 ○불안해도 ‘꾸역꾸역’ 밥벌이는 하고 살자. “살자, 살자, 살자꾸나!” 김훈은 ‘자전거 레이서’다. 신간 표지의 필자 소개에는 작가란 단어를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떡하니 자전거 레이스가 첫 줄을 차지한다. ‘자전거 레이서.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오랫동안 신문기자 생활을 했다’가 그를 소개하는 서막이다. 매너리즘에 빠져 삶이 고달플 때면 “혼자 나가 논다”는 그다. “강가나 들판 가서 자전거 타고 뛰어다니고 저녁놀 보고 날아가는 새를 보고…그렇게 논다”는 것! 슬럼프를 극복하는 작가의 노하우다. 그는 몸은 거짓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밥도 그렇다. 잠시만 중단하고 먹지 않으면 그대로 탈이 난다. 정직하기 그지없다. 그렇다면 활자도 그러할까? 실체에 도달할 수 없는 불안감, 그 때문에 김훈은 쓴다. 신작 ‘바다의 기별’(생각의 나무)은 태연한 듯 담담하게 그러나 치열하게 내면을 돌아보는 수필들이다. 눈물에 섞인 소금기를 체에 걸러버리고, 마른 눈물과 활자를 버무린 것만 같다. 바다 저편, 속절없이 바라보았으나 닿지 못했고 갖지 못한 결핍된 것을 그는 ‘사랑’이라 칭한다. 그를 불편하게 만든 바깥세상과 내면세계를 극복하고자 ‘좋은 문장’을 찾아다닌 그의 언어에 대한 생생한 기록지다. 책에는 기자로서의 취재 에피소드, 아버지에 대한 기억, 작가로서의 소감 등 김훈이 살아온 발자취를 한데 모았다. 그의 집필 활동에 토대가 된 많은 경험이 책 안에 공개돼있다. 1975년 스물일곱의 기자 김훈은, 영등포 교도소에서 김지하 시인이 출감하던 날을 회상한다. 그의 장모 고(故) 박경리 작가가 포대기로 갓난아이를 업은 채 교도소 앞 언덕 위에 서 있던 풍경이다. 청년시절, 소방현장을 취재하다 쌓은 삶에 대한 경건함도 고백한다. 특히 그는 대학시절 ‘난중일기’를 읽고 이순신의 ‘절망’을 엿보고 37년이 흐른 어느 날 ‘칼의 노래’를 완성한다. 난중일기를 읽은 것은 그의 영혼을 뒤흔든 경험이었고, 그는 이순신이 ‘과학주의에서 비롯된 절망을 돌파하는 놀라운 정신력’을 가졌다고 판단했다. 무인의 냉정한 판단력을 통해 작가는 삶의 칭얼거림을 통제했다. 전작 ‘칼의 노래’, ‘남한산성’, ‘강산무진’ 등에서 칼에 베일 듯한 정제된 필체로 독자 팬을 확보한 김훈. 신작에서는 문학과 삶에 대한 작가의 내면 풍경을 노골적으로 만날 수 있다. ‘밥벌이의 지겨움’, ‘자전거 여행 1,2’ 등 에세이 애독자, 불확실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담대함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200쪽/헤르메스미디어/10,000원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애정결핍이란 말은 애정을 받지 못해 생기는 병이 아니라 애정을 주지 못해 생기는 병” 노희경은 언제나 사랑을 말한다. 드라마 속에서 배종옥의 입을 빌려, 현빈의 입을 빌려, 송혜교의 입을 빌려, 인간에 대한 연민을 말했다. 드라마 작가 노희경이 드디어 자신의 입을 열었다. 드라마 속 캐릭터가 아니라 온전히 노희경의 과거를 털어놓는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헤르메스미디어)는 작가의 자기고백 에세이집이다.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고독’, ‘꽃보다 아름다워’, 최근작 ‘그들이 사는 세상’ 등 마니아 시청자를 거느린 그가 왜 드라마 속에서 그렇게 얘기했는지 친절하게 배경을 들려준다. 표민수 피디에게 건네는 편지, 첫사랑에게 쓰는 편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등 노희경의 솔직한 얘기들이 책 속에 가득하다. 드라마를 쓰기 전 방황하던 젊은 시절부터 드라마를 쓰며 만나온 사람들의 얘기도 녹아 있다. 노희경의 드라마 팬부터 그저 사랑이 무언지 고민하는 독자까지 두루 읽을 수 있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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