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Black&White]“국제대회입상병역특례더이상없다”

입력 2009-02-01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국기원쉬쉬…뒤통수맞은프로기사
최근 한국기원(이사장 허동수) 소속 프로기사들의 집으로 한 장의 공문이 우송됐다. 기사회장 명의로 된 짧은 공문이었지만 그 내용이 지닌 무게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젊은 프로기사들에게 병역혜택(대체 복무)의 기회를 제공해 주던 국제대회 입상특혜가 사라지고 앞으로는 ‘스포츠바둑답게’ 아시안게임(1위) 또는 올림픽(3위 이상)에서 메달을 획득할 경우 혜택을 받게 됐다는 고지였다. 한국기원이 병무청으로부터 이 같은 통보를 받은 것은 지난해 연말의 일이었다. 그 동안 누가 알세라 ‘쉬쉬’하다가 이번에, 그나마 한국기원 이사장이 아닌 선수협의회 성격의 프로기사회 명의로 공지를 한 것이다.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던 프로기사들, 특히 젊은 기사들이 받은 충격은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달 원익배 십단전에서 16세의 나이로 우승해 화제가 됐던 박정환 3단은 인터뷰를 통해 “올해는 군복무혜택을 받을 수 있는 후지쯔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집에서 공문을 받아 쥔 박정환 3단은 지금쯤 어떤 심경일까? 공문에 의하면 프로기사들의 병역특례는 ‘후지쯔배·응씨배 결승진출자’에서 ‘아시안·올림픽게임 남자부·혼성페어 메달리스트’로 옮겨졌다. 그런데 이게 장기 말 옮기듯 간단한 게 아니다. 우선 바둑은 현재 올림픽과 아무 관련이 없다. 이제 겨우 아시안게임에 한 발을 들어놓은 바둑이 주무대인 아시아를 벗어나 국제 올림픽에 진입하기란 요원한 일이다. 그렇다면 아시안게임은 어떤가. 2010년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바둑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 그나마 ‘나 홀로 서기’는 하지 못하고 장기와 묶여 한 종목으로 인정받았다. 광저우 다음은 인천이다. 일단 여기까지는 바둑이 정식종목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 다음 행마는? 한국과 중국이야 세계 최고의 ‘친 바둑국가’지만, 인도와 같은 ‘친 체스국가’가 아시안게임을 유치하게 된다면 과연 바둑이 몫을 지킬 수 있으리라 장담할 수 있을까? 갈수록 종목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야구와 같은 슈퍼게임도 올림픽에서 퇴출되는 마당에? 아시안게임 남자부 및 혼성단체전 금메달 획득자에 한해 혜택을 주겠다고 했지만 이 이야기도 불분명하다. 대한올림픽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아직까지 바둑과 관련하여 종목, 메달 개수 등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란 답변을 들었을 뿐이다. 난데없는 소식에 프로기사들의 반응은 당연히 실망 일색이다. “대한체육회 인정단체로 승인 받지 못한 스타크래프트도 공군 e스포츠병이 나오고 있는 판에 왜 바둑에게만 인색한가”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지난해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초단돌풍’을 일으키며 준우승을 차지했던 한상훈의 부친 한열홍 씨는 “그 동안 LG배와 삼성화재배가 혜택기전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는데 오히려 있던 것도 없어졌다니 허무할 뿐이다”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계속)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