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부럽잖은10만관객왜열광하나…‘워낭소리’소리의비밀을아시나요?

입력 2009-02-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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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는 극장에서 사실 제일 인기 없는 장르다. 하지만 최근 ‘괴물’의 1320만 관객이 부럽지 않은 신기록이 달성됐다. 이충렬 감독의 ‘워낭소리’는 15일 7개 스크린에서 개봉돼 단 2주 만에 1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금까지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가 극장에서 10만 이상 관객을 기록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2007년 ‘우리학교’가 약 10만 명의 관객을 기록했지만 주민자치센터 등 지역 공동체에서 장기 상영되며 기록한 성적이었다. 그동안 다큐멘터리 영화에 관심이 많지 않았던 관객들이 왜 ‘워낭소리’에는 이렇게 열광할까? 영화를 본 관객들은 극 영화 이상 가슴 찐한 감동이 전달되는 영화의 짜임새를 첫 손에 꼽는다. 사람 나이로 치면 100살이 훌쩍 넘은 마흔 살 먹은 소와 팔순 할아버지가 황혼을 눈앞에 두고 그리는 이별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눈물을 준다. 하지만 ‘워낭소리’에는 일반 관객들이 눈치 채지 못한 ‘설정’을 숨기고 있다. 제목 ‘워낭소리’는 소의 목에 걸린 방울 소리다. 그리고 ‘워낭소리’의 비밀도 바로 영화 속 그 소리에 있다. ○영화 속 워낭소리와 새, 개구리 울음은 따로 삽입한 ‘효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정겨운 워낭소리는 대부분 후반작업 때 삽입된 음향효과다. 정겨운 농촌 마을을 상징하는 지저귀는 새, 개구리 울음 소리 등도 촬영과 별도로 후반 작업 때 인공적으로 가미됐다. 또한 죽음을 앞둔 소를 두고 다투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목소리도 따로 녹음돼 영상에 덧붙여졌다. 다큐멘터리는 극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감동적인 영상이 나올 때 그 느낌을 배가하는 절실한 대사가 늘 함께 할 수 없다. 하지만 ‘워낭소리’는 편집을 통해 그 한계를 극복했다. 꾸밈없는 리얼리티를 첫째 특성으로 삼는 다큐멘터리로는 다소 파격적인 제작 방식이다. 물론 늙은 소를 향한 할아버지의 깊은 우정과 사랑은 진실이다. 하지만 ‘워낭소리’는 그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이전 다큐에서 시도하지 않던 다양한 도구를 사용했다. 그것이 관객을 위한 자상한 배려인지, 아니면 다큐의 중요한 가치를 희생한 과도한 꾸밈인지에 대한 판단은 관객들의 몫이다. 영화를 연출한 이충렬 감독은 “영화는 할머니의 회상으로 출발한다. 사건을 쫓는 다큐멘터리가 아니기 때문에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기억을 편집을 통해 영상으로 다시 그렸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마음을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문법에 얽매이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판타지라는 지적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없는 것을 보여드린 것은 아니다. 표현 방법을 달리했을 뿐이다”고 설명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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