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하지않은엄기준씨…‘밑바닥에서’

입력 2009-02-07 15: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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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의 시청률은 기대에 못미쳤다. 수확이 있다면, 배우 엄기준(33)의 발견이다. ‘사랑은 비를 타고’, ‘그리스’ 등을 누빈 뮤지컬계의 스타 엄기준은 TV로 활동영역을 넓혔다. MBC TV 시트콤 ‘김치치즈스마일’, MBC TV 드라마 ‘라이프특별조사팀’을 거쳐 ‘그들이사는세상’에서 시청자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했다. ‘그들이사는세상’에서 그가 연기한 거칠 것 없는 완벽주의자, 이기적이며 안하무인인 ‘손규호’는 실제 그의 모습과 오묘하게 닮아있다. 현실의 엄기준은 친절하지 않다. 기분 상하지 않을 만큼의 배려는 있다. 구구절절하지 않다. 솔직하고 간단명료하다. 완벽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손규호와 같다. “지금까지 출연했던 드라마, 연극, 뮤지컬 중에서 단 한 작품도 100% 만족한 것이 없어요. 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항상 무언가가 모자란 느낌이었죠. 완벽은 오를 수 없는 경지인 것 같아요. 그저 완벽하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연극 ‘밑바닥에서’ 오픈 10여일을 앞두고 하루 10시간씩 연습하는 강행군으로 머리는 헝클어지고 눈은 충혈된 엄기준의 고백이다. 소속사 선배 김수로(39)의 소개로 ‘밑바닥에서’에 나오게 됐다. 사회주의리얼리즘 희곡작가 막심 고리키의 1902년 작인 연극은 자본주의 제도의 모순, 경제 공황 등으로 우울했던 1900년 러시아가 배경이다.더럽고 어두운 싸구려 여인숙에 묵는 여러 인간의 고생스러운 삶을 그렸다. 엄기준은 사기 전과자 ‘사틴’을 연기한다. “사틴은 남부러울 것 없는 시인이었어요. 그러나 순간의 실수로 감옥에 갔다 와서 밑바닥 인생을 살게 되죠. 글쎄요, 분명히 살면서 죽고 싶은 만큼 힘든 순간이 있었어요. 그러나 사틴처럼 이렇게 처절한 삶에는 비할 바가 못돼요”라고 털어놓았다. “연극은 명료한 해피엔딩도, 주인공들이 죽거나 파멸에 이르는 비극도 아닙니다. 비극에 가깝지만 희망의 빛이 언뜻 비치는 그런 작품 쯤 돼요. 이것이 고전의 매력인 것 같아요. 비극과 희극의 간극에서 깨달음의 메시지를 주는 것이요.” 엄기준은 가장 바쁜 배우 중 한 명이다. ‘밑바닥에서’에 이어 3월 중순이면 MBC TV 드라마 ‘잘했군 잘했어’에 나온다. 5월에는 뮤지컬 ‘삼총사’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드라마, 연극·뮤지컬 무대에서 수시로 러브콜을 받는 몇 안 되는 배우 가운데 하나다. “카메라 앞이든, 무대 위든 연기를 하는 그 순간이 제일 행복한 것 같아요. 신구 선생님이 저랑 나이가 한 40년 이상 차이가 나거든요. 그 분처럼 평생 연기를 할 수 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어요.” 연기에 관한 한 열정과 자신감으로 차고 넘친다. 단, 딱 하나 망설이는 것이 있다. 버라이어티쇼 프로그램 출연이다. 엄기준은 “연기로 공감을 이끌어내고 감동을 주는 것은 자신 있어요. 그러나 쇼에 나가 웃기는 것은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낯을 많이 가려서요”라며 웃었다. “요새 영화표가 얼마죠? 한 8000원 쯤 하죠? 연극은 대학로 연극만 해도 2만원이 훌쩍 넘지요. 확실히 비싸긴 해요. 그런데 좋은 연극 작품에서는 재미와 감동 이상의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적어도 ‘밑바닥에서’에서는 분명히요.” 연극하는 엄기준은 14일부터 3월22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볼 수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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