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집으로가다’러브홀릭보컬지선,솔로가수새출발

입력 2009-02-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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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홀릭’탈퇴이후2년간의방랑…버리려떠난여행서열정되찾았다
‘왕자를 만나기 위해 목소리를 팔아 인간의 다리를 얻는 인어공주. 3일 안에 왕자의 키스를 받지 못하면 물거품이 돼버리는 위험천만한 상황.’ 인어공주는 영악하지 못한 아가씨라는 생각이 든다. 이름이 뭔지, 성격이 어떤지도 모르는 왕자를 만나기 위해 목소리를 팔다니. 그러나 러브홀릭 출신 가수 지선은 인어공주가 되기로 했다. 첫 번째 음반 ‘인어…집으로 가다’도 자신의 이야기다. 2003년 러브홀릭 보컬로 활동하던 지선은 2년 전 팀에서 돌연 탈퇴했다. “많은 걸 이뤄놓은 팀에서 내가 표현도구로 역할을 다하지 못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지선은 음악 때문에 자신의 모든 걸 포기한 것 같다는 생각에 가수를 그만두려는 마음까지 먹었다. “가수 지선이 인간 지선을 불행하게 만들었어요.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고 결국 거기서 벗어나지 못했죠. 이렇게 음악을 하느니 다른 인생을 살면 소박해도 행복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공부를 다시 시작하거나 음식점을 하려고 했지요.” 지선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일본 오키나와로 떠났다. 그러나 버리려고 떠났던 여행을 통해 오히려 잊고 있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되찾았다. “오키나와는 인구 대비 뮤지션이 가장 많은 곳이래요. 거기서 다양한 음악가들을 만났는데 그들과 저를 비교했을 때 차이는 딱 하나더라고요. ‘음악을 대하는 자세.’ 그들은 음악으로 뭔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을 위해서 소모해요.그들에게 음악은 즐거움 그 자체더라고요.” 지선은 그제야 목소리를 팔아서 사람들로부터 무언가를 받으려고 했던 것까지 미안해졌다. “그때 ‘물거품이 되도 좋으니 다시 한 번 목소리를 파는 인어가 되자’고 생각했어요.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제 집을 ‘집’이라고 인정하게 된 거죠. 앨범을 만들면서 제 모든 기억과 상처를 꺼내서 보니까 전 축복받은 인생을 살았더라고요.” 지선은 실제 인어와 닮아 있었다. 서른을 넘긴 나이지만 소녀처럼 웃을 줄 알고, 살아가면서 장애물이 있으면 피하지 않고 부딪치고 보는 ‘무대포’의 순수함도 있다. “인어공주는 이름도 모르는 왕자를 위해서, 가진 거라곤 목소리 밖에 없는데 목소리까지 잃잖아요. 사실 똑똑한 여자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저요? 저도 그래요.(웃음) 무식하게 사람 잘 믿고, 사랑도 열심히 하고 상처도 크게 받고.” 지선은 자신이 솔로 앨범을 낸 상황도 이렇게 표현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죠. 사실 러브홀릭도 아닌데 솔로 음반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어요. 회사도 저한테 일종의 도박을 건 게 아닐까요. 13트랙을 제가 작사·작곡하게 했으니.(웃음) 저는 (음반)파는 소질도 없는데. 단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그걸 믿어주신 것 같아요.” 지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바닥에서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용기가 부럽다고 했더니 그녀는 “내가 얘기만 하면 사람들이 날 부러워한다”며 웃었다.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끊임없이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또 부럽다고 덧붙였다. “제가 두려움이 없는 것도 제 주위 사람들 덕분이에요. 사람들이 제 걱정을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저 역시 지인들한테 많이 기대게 되네요.” 지선은 가장 소중한 인연을 꼽아달라는 말에 주저없이 러브홀릭 멤버들(강현민, 이재학)을 꼽았다. 솔로 음반을 준비하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녹음실에서 멤버들을 기다리고 있을 만큼 지선에게 러브홀릭은 ‘습관’ 같은 사람들이다. “팀에서 탈퇴하니까 ‘멤버들과 사이가 안 좋아서 나왔을 거다’, ‘얼굴도 안 볼 거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어쩌면 그게 당연할지도 모르죠. 제가 배은망덕한 거니까요. 그럼에도 오빠들은 앨범 작업이 잘 되는지 늘 전화해주고 음반 나오면 가장 먼저 문자를 보내줘요. 오빠들이 특별하게 좋은 사람들이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이제 저와 오빠들은 가족이거든요. 헤어지고 나서 그걸 더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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