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U-20감독교체왜하필지금인가

입력 2009-02-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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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가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에 홍명보 전 올림픽대표팀 코치를 새로 임명했다. U-20 대표팀을 다가올 2012년 런던 올림픽대표팀 상비군 개념으로 운영한다는 장기적인 플랜은 분명 환영받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 동안 각급 대표팀 감독을 선정할 때마다 늘 물의를 빚어왔던 축구협회의 미숙한 행정이 이번에도 반복된 것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잠시 시계추를 돌려보자. 축구협회는 2007년 9월,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 사령탑에 조동현 감독을 유임하기로 결정했다. 조동현 감독의 계약기간은 작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벌어진 U-19 아시아청소년 축구대회까지 1년 2개월이었다. 조 감독은 이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며 올해 이집트에서 벌어지는 U-20 국제축구연맹(FIFA) 청소년월드컵 티켓을 따냈지만 정작 본선 벤치에는 앉을 수 없게 된 셈이다. 아시아 대회를 통과한 후 세계대회를 앞두고 사령탑이 바뀐 예는 1998년이 유일하다. 당시 박창선 감독은 1998년 태국 아시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스카우트 비리 파동이 불거져 결국 물러났고 대신 조영증 현 파주 NFC 센터장이 1999년 나이지리아 대회에 선수들을 이끌고 출전했다. 문제는 조 감독의 유임 여부보다 갑작스레 사령탑이 교체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청소년대표팀이 11월 이후 약 3개월 간 무방비로 방치됐다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 축구협회는 자신들의 권리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 대표팀 운영 규정 제 10조(훈련 보강기간)에 따르면 ‘월드컵, 올림픽, U-20 대회 본선에 한해 해당 대표팀은 해당 해의 1,2월 중 3주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별도의 훈련 보강기간을 가질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감독이 없는 상태에서 훈련 보강이 이뤄질리 만무. 이회택 기술위원장은 “축구대표팀이 이란전에 대비해 장기 훈련을 한 상황에서 청소년 대표팀마저 소집하면 일부 구단들의 반발이 심할 것 같아 아예 배제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축구협회와 프로연맹, 구단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놓은 현 규정을 더욱 무의미하게 만드는 발언일 뿐이다. 홍명보 감독이 더욱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면 작년 11월 끝난 아시아 대회 직후 진작 지휘봉을 맡겨 청소년대표팀에 장기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했어야 옳다. 축구협회가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데 있어 차근차근 원리대로 일을 추진하는 모습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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