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개막D-1]속도내는‘더비매치’…더피튀기는그라운드

입력 2009-03-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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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경기였습니다.” 차범근 수원 감독은 지난해 12월 7일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서울을 꺾고 우승을 확정지은 후 가장 먼저 이같이 말했다. 차 감독의 입에서 ‘최고’라는 단어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비단 4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감격 때문만은 아니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과 A매치 못지않은 뜨거운 열기는 무엇보다 결승전이 ‘수도권 더비매치’로 열렸기에 가능했다. 라이벌 서울이 있었기에 수원의 우승이 더 빛났던 셈. 개막을 하루 앞둔 올 시즌에도 K리그에서 빠질 수 없는 화두 중 하나가 바로 이 ‘더비매치’다. # 스토리를 찾아보기 힘든 K리그 ‘더비’란 같은 도시나 지역을 연고로 하는 팀끼리의 경기로, 19세기 중엽 영국의 소도시 더비(Derby)에서 기독교 사순절 기간에 성 베드로(St. Peters)팀과 올 세인트(All Saints)팀이 치열한 축구경기를 벌인 데서 유래된 말이다. 유럽리그에는 굳이 광적인 축구팬이 아니어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더비매치가 많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스페인)가 펼치는 ‘엘 클라시코 더비’가 대표적이다. 카탈루냐 지방의 중심 도시인 바르셀로나와 기득권을 가진 카스티야의 심장 레알 마드리드가 펼치는 이 경기는 실제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하다. 개신교와 가톨릭 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스코틀랜드의 셀틱(가톨릭)과 레인저스(개신교)의 ‘올드 펌 더비’도 마찬가지. 반면 K리그에는 이처럼 팬들의 관심을 확 끌어당길 만한 맞대결을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까지는 같은 도시를 연고로 하는 팀도 없기에 영국의 북런던 더비(아스널-토트넘)나 맨체스터 더비(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체스터 시티) 같은 로컬더비도 성립되지 않는다. #수원-서울 K리그 더비 새 지평 열어 그나마 지난해 수원과 서울이 보여준 이른바 ‘수도권 더비’는 K리그 더비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는 평이다. 두 팀의 라이벌 역사는 안양LG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원과 안양을 잇는 1번 국도의 작은 언덕 이름을 따 ‘지지대(遲遲臺) 더비’로 불리기도 했던 두 팀 간 대결은 안양LG가 서울로 연고를 옮기면서 ‘수도권 더비’로 확대돼 여전히 수많은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두 팀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포함)에서 4차례 맞붙었는데 평균 3만7700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지난 해 K리그 평균 관중(1만3242명)의 3배 가까운 수치다. 경기 전 양 팀 선수들이 벌이는 설전은 경기를 더욱 재밌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한 마디로 수원과 서울은 축구 팬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K리그 경기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우승후보 1순위인 두 팀은 올해도 치열한 라이벌전을 예고하고 있다. # 호남더비의 가능성과 한계 전북과 전남은 지난달 24일 ‘호남더비 매치 협약식’을 체결했다. 양 팀은 호남더비 순환 개최에 합의하면서 첫해인 올해는 지난달 28일 전주에서 치렀고, 내년에는 광양에서 열린다. 감독들이 개막 직전 전력 노출이나 부상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친선경기를 꺼려함에도 불구, K리그 축구붐 조성을 위해 기꺼이 응했기에 가능했다. 이날 호남더비는 K리그 판 신(新) 더비매치에 대한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 지난 시즌 평균관중이 1만2817명에 불과했던 전주월드컵경기장에 오랜만에 2만8000명(구단 추정치)의 인파가 몰려 분위기를 띄웠다. 전남 역시 20여대의 관광버스를 동원해 원정 응원단 1000여명이 전주를 찾아 이에 화답했다. 양 팀 선수들 역시 이따금씩 부상이 염려될 정도로 강한 몸싸움과 승부욕을 발휘하며 단순한 친선전 이상의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최선호(27·전주시 덕진구)씨는 “호남더비가 벌어진다는 말을 듣고 경기장에 왔지만 정작 전남에 그다지 큰 라이벌 의식을 느끼고 있지 않다. 전북에 전주를 대표할 만한 프랜차이즈 스타가 없는 것도 다소 아쉽다”고 평했다. 축구연맹 관계자 역시 “1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팬들이 전남과의 경기에 꾸준히 경기장을 찾을 만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K리그 더비를 발굴하라 K리그는 앞으로 더 많은 더비매치를 발굴해 내야한다. 경남과 대구는 지난 달 27일 밀양공설운동장에서 ‘영남더비’라는 이름으로 친선전을 가졌다. 부산-경남, 부산-대구가 맞붙어도 ‘영남더비’가 된다. 포스코를 모 기업으로 하는 포항과 전남의 ‘제철가 더비’ 역시 대표적인 라이벌전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또한 강원FC의 창단으로 K리그는 경남과 함께 두 개의 도민구단을 보유하게 됐다. ‘도민더비’란 이름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하면 이들의 맞대결도 주목받을 수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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