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과차이코프스키의충돌’김선욱&서울시향콘서트

입력 2009-03-16 05: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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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르투오조(virtuoso)’ 또는 ‘비르투오소’. 이탈리아어로 ‘연주 실력이 매우 뛰어난 대가’를 지칭한다고 사전에는 나와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연주를 잘 한다고 해서 아무에게나 붙일 수 있는 이름이 아니다. 현직 ‘대가’이거나 적어도 ‘대가’로서의 자질이 공공연히 입증되어야 비르투오조라는 명함을 내밀기에 손이 부끄럽지 않겠다. 서울시향이 야심차게 기획한 ‘2009 비르투오조 시리즈’의 첫 무대를 27일에 연다. 올해 네 차례 예정돼 있는 이 시리즈는 완벽한 기교와 탁월한 음악성으로 세계 음악계의 찬사가 마르지 않는 우리 시대의 비르투오조들을 차례차례 소개할 예정이다. 첫 무대의 주인공은 한국이 낳은 ‘황금 손가락’ 김선욱(21). 김선욱을 필두로 첼리스트 지앤 왕, 퍼커셔니스트 콜린 커리, 바이올리니스트 세르게이 하차트리얀이 연달아 서울시향의 협연자로 나선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이번 공연에서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레퍼토리로 삼았다. 김선욱의 차이코프스키? 낯설게 느껴진다면 그대는 당당한 음악팬! 브람스, 쇼팽, 라흐마니노프를 주로 연주해 왔고, 근년에는 베토벤에 푹 빠져 살았던 김선욱의 차이코프스키 협주곡은 이번이 처음이다. 1악장의 유장함, 2악장의 보석같은 영롱함, 3악장의 드라마틱한 박진감. 러시아의 감성이 출렁이다 못해 넘쳐흐르는 차이코프스키의 협주곡을 과연 ‘베토벤 감성’의 김선욱은 어떻게 들려줄까. 어쩐지 김선욱의 연주는 차이코프스키를 직접 베토벤이 연주하는 듯 울릴 것만 같다. 김선욱 피아니즘의 정점은, 본인 말을 빌리자면 ‘남들이 연주하지 않는 멜로디를 연주함’에 있다. 그가 말하는 ‘감춰진 멜로디’를 찾아보는 것도 이번 연주회에서 짭짤하게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날 서울시향의 지휘봉은 우크라이나 태생의 젊은 지휘자 키릴 카라비츠(33)가 잡는다. 올 가을 영국 본머스 심포니의 상임지휘자로 내정된 그는 현지 언론으로부터 “해협 저편(프랑스)에서는 이처럼 폭풍을 일으키는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란 평을 들었다. 그가 들려줄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에서 그의 울부짖는 폭풍을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김선욱이 서울시향과 호흡을 맞추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첫 무대는 리즈 콩쿠르 우승 당시 연주곡이었던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1번이었고, 지휘자는 정명훈이었다. 한국이 자랑하는 젊은 비르투오조 김선욱과 서울시향의 재회. 벌써부터 차이코프스키 협주곡 1악장 서두의 가슴을 치는 주제가 머릿속을 울린다. 벌써부터 가슴이 마구 뛴다. 3월 27일(금) 8시|예술의전당 콘서트홀|문의 서울시향 02-3700-6300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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