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준우승일군‘마에스트로’박경완의지휘

입력 2009-03-24 15:23: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박경완의 완벽한 리드가 없었다면 결승전에서 일본과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었을까!´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은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10회 3-5로 석패했다. 이날 박경완(37. SK 와이번스)은 선발 봉중근의 초반 부진을 완벽한 리드로 살리고, 일본 강타선을 가로 막았다. 불펜진들과도 찰떡호흡을 자랑했다. WBC 결승전.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박경완은 포수 마스크를 썼다. 결승전에서의 백미는 3, 5, 7회 수비 때 나왔다. 3회초 0-1로 뒤진 상황에서 1사 만루의 위기에 놓였다. 여기서 안타를 더 맞는다면 선발 봉중근이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백전노장 박경완은 침착하게 병살타를 이끌어냈다. 구리하라 켄타는 박경완이 봉준근에게 요구한 바깥쪽 낮은 체인지업을 무리하게 끌어당겨 5-4-3으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쳐 일본이 우려한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다. 또한 박경완은 5회 무사 1, 3루 상황에서는 풀카운트에서 바뀐 투수 정현욱에게 바깥쪽 낮은 변화구를 요구해 4번 조지마 켄지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정현욱의 파워 직구를 살려 오가사와라 미치히로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곧바로 박경완은 도루를 시도하던 아오키 노리치카를 잡아내 위기를 넘겼다. 박경완은 1-2로 뒤진 7회 무사 1,3루 상황에서도 조지마에게 또 바깥쪽 승부로 3루수 앞 병살타를 유도해 급한 불을 껐다. 원사이드 게임으로 흐를 수 있는 상황을 깔끔하게 차단한 것. 반면, 연장전에서 강민호의 임창용 리드는 다소 아쉬웠다. 1루가 비어 있는 상황에서 스즈키 이치로를 상대로 무리한 승부를 고집하다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것은 박경완의 공백을 절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경기는 한국이 아쉽게 패했지만, 이번 대회 내내 박경완의 투수 리드는 훌륭했다. 박경완은 이번 대회 내내 극도의 타격 부진을 겪었다. 발군의 포수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타격이 너무 약했다. 9경기에 출전해 23타수 2안타(타율 0.087)에 그쳤다. 하지만 투수들을 한데 아우르는 능력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았다. 특색이 다른 특급 좌완 봉중근, 류현진, 김광현에다가 우완 윤석민의 데이터를 완벽하게 머리 속에 넣었다. 또 상황마다 전혀 다른 볼배합으로 상대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한국의 중간계투진은 어느 나라보다 다양했다. 강속구와 파워커브를 자랑하는 정현욱과 무브먼트가 심한 강속구 사이드암 임창용에다가 언더핸드 정대현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투수들을 리드하기 위한 관록과 두둑한 배짱이 필요했다. 빠른 승부로 타자의 허를 찌르고, 때로는 투수의 결정구를 위해 타자를 현혹시킨 뒤 유인구로 타자들을 처리했다. 투수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일구 일구에 집중했다. 경기 조율 능력도 뛰어나고, 경기를 지배하는 탁월한 시야와 수비 능력도 투수들이 피칭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안점감을 주었다.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전에 선발 투수로 나선 윤석민은 "(박)경완이형의 리드대로 몸쪽 직구와 바깥쪽 슬라이더를 섞어 던져서 좋은 결과를 냈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투수가 포수를 믿지 못하면 좋은 공을 던질 수 없고, 반대로 포수가 투수를 믿지 못하면 경기를 조율할 수 없다. 배터리의 믿음이 최고의 투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박경완이 이번 대회에서 실패를 경험한 것은 단 한 번. 바로 1라운드 승자전 일본전에서 2-14로 콜드게임을 당했을 때였다. 이날 박경완은 선발 투수 김광현에게 슬라이더 승부를 요구했고, 이 볼배합이 간파당한 뒤 일본 타선에 뭇매를 맞았다. 박경완은 이날 김광현의 구위가 나쁜게 아니라, 자신의 리드가 좋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흠잡을 수 없는 투수 리드를 선보였다. 특히, 멕시코와 베네수엘라전에서는 중남미 타자 특유의 급한 성격과 적극적인 성격을 역이용해 삼진과 범타를 유도, 스스로 자멸하게 만들었다. 타율은 1할에도 못 미쳤지만 4할 타자와도 바꿀 수 없는 활약을 펼친 것이다. 경기를 지배한 ´마에스트로´ 박경완의 힘을 느낀 대회였다. 【서울=뉴시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