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해밀턴섬‘꿈의직업’후보맹지나‘그냥엄마친딸이죠’

입력 2009-04-01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엄친딸이라고요?
“아니, 부잣집 자녀도 아니고 유학도 안갔는데 제가 왜 ‘엄친딸’일까요?” 아직 음반도 발표하지 않은 새내기가 단번에 언론의 눈길을 한 몸에 받았다. 바로 고려대 국제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23살 여대생 맹지나다. 학교 공부와 함께 음반기획사에서 데뷔 음반을 위해 땀을 흘리는 그녀는 얼마 전 국내외 언론에서 ‘꿈의 직업’으로 화제가 된 호주 퀸즈랜드주 해밀턴 섬의 ‘아일랜드 케어테이커’(Island Caretaker) 후보 50인에 포함돼 주목을 받았다. 아일랜드 케어테이커는 섬에서 6개월 간 150만 호주 달러(한화 약 1억4000만 원)의 급여를 받고 열대어 먹이주기, 인근 섬을 헬기로 다니며 우편물 전달하기, 수영장 관리 등의 일을 하고 블로그를 통해 섬 소식을 매일 업데이트 하는 직업이다. 높은 급료와 낙원 같은 리조트에서 일한다는 것 때문에 각국에서 엄청난 지원자가 몰렸는데, 맹지나는 한국 국적으로는 유일하게 50인 후보에 포함됐다. 자연스레 그녀가 누구인지 국내 누리꾼들의 호기심이 높아졌고 그 과정에서 2001년 SBS ‘박진영의 영재 육성프로젝트-99%의 도전’에서 빼어난 춤 솜씨로 발탁돼 선예(원더걸스), 조권(2AM) 등과 연습생으로 함께 지냈다는 것과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 ‘F4' 멤버 김범과 이종사촌이란 사실이 함께 알려졌다. 이후 그녀는 모든 것을 다 갖춘 ’엄친딸‘의 대표적인 모델이 됐다. 하지만 학교 수업을 마치고 오후 늦은 시간 스포츠동아를 찾은 맹지나는 ‘엄친딸’이란 말에 빙그레 미소부터 지었다. 그리고 “다들 저를 엄청난 부잣집 딸이 아니면 대학을 재외국민 특례입학으로 간 줄 알고 있더라”며 또 웃었다. ● 원어민 수준 영어실력, 영자 신문과 소설 보며 독학으로 익혀 환한 미소와 함께 그녀가 차근차근 밝힌 삶은 우리가 상상했던 완벽한 조건의 ‘엄친딸’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맹지나는 어린 나이에 자신의 인생을 하나하나 개척해온 야무진 신세대였다. 중소기업 다니는 아버지와 전업주부 어머니를 둔 평범한 중산층인 맹지나는 16살 때 ‘영재육성프로젝트’ 도전 이후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인생을 개척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선예, 조권 등 연습생 동기들이 스타가 됐지만 그녀는 연습생 신분에 좌절하지 않았다. 또한 고달픈 연습생 훈련에도 학업을 절대 소홀히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3부터는 가수 연습량을 줄이고 입시준비를 했다. 그리고 수시모집에 지원, 33대1의 경쟁률을 뚫고 고려대 국제학부에 합격했다. 당시 맹지나는 수시 1학기에 5개 대학에 지원해 모두 합격 통지서를 받았지만 고려대를 선택했다. 화제가 됐던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도 해외 유학이나 연수가 아닌 독학을 통해 얻은 결과였다. 그녀의 해외 경험은 아버지 직장 때문에 초등학생 시절 2년 반 정도 호주 시드니에 산 것이 전부. 대신 영자소설과 영자신문을 보며 영어를 스스로 익혔다. 대학에서는 과외를 하며 스스로 돈을 벌어 썼다. 과외로 번 돈으로 국제학 학원(일종의 특수 영어학원)에 다녔고, 통·번역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마련했다. 또 외모를 치장하는 데 지출하지 않고 차곡차곡 돈을 모아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을 시작으로 파리, 런던, 홍콩 등지를 여행했다. “엄친딸이란 말이 억울하진 않았어요. 다만 ‘나를 그렇게 볼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죠.” 아일랜드 케어테이커도 남다른 개척의지와 도전의식에서 비롯됐다. 맹지나는 1차 후보 50인에 선정돼, 최근 2차 관문으로 에세이를 제출했다. 2차 후보 10인에 선발되면 해밀턴 섬에서 5일간 합숙하면서 최종 면접을 보고 최후의 1인이 선발된다. 우승자는 5월 6일 발표되고 이튿날 기자회견을 갖는다. “제 생일이 5월 8일인데요, 제 생애 최고의 생일을 보내고 싶어요. 50명에 뽑히니까 욕심이 생겨요.”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