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본남북전]아깝다,이근호그걸넣었어야지…

입력 2009-04-01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90분그라운드에서무슨일이
남북대표팀 사령탑인 허정무 감독과 김정훈 감독은 경기 하루 전 기자회견에서 “반드시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며 필승을 다짐했다. 현 시점에서 승점 3에 대한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잘 알기 때문에 더욱 강한 의욕을 보인 것이다. 아울러 상대에게는 결코 지지 않겠다는 자존심 싸움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경기 내내 벤치에 앉지를 못했다. 긴장된 모습으로 팔짱을 낀 채 고함을 치며 진두진휘했다. 하지만 경기는 선수들이 하고, 거기서 승부가 난다. 90분 동안 그라운드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명품 프리킥 한국은 지난해 9월 10일 북한전 이후 9경기에서 17골을 올렸는데 이 중 6골이 직·간접적으로 세트피스에 의한 득점이었다. 그만큼 비중이 높았다. 이날 프리킥은 기성용이 도맡았다. 킥의 강도나 정확성, 각도 등에서 대표팀에서 가장 낫다는 것이 허 감독의 판단. 실제로 이란과의 원정경기에서도 기막힌 프리킥으로 찬스를 엮어냈고, 박지성의 헤딩으로 동점에 성공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날 기성용의 프리킥은 예의 날카로운 맛이 없었다. 전반 초반 3차례 연속으로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찼지만 골대 위로 흘렀다. 그런 탓인지 후반에는 박주영에게 맡겼다. 오히려 감각은 더 나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날의 히어로는 김치우였다. 후반 33분 이근호와 교체투입된 김치우는 단 한번의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후반 42분 페널티박스 외곽에서 얻은 프리킥. 키커는 기성용도, 박주영도 아니었다. 최근 컨디션이 가장 좋은 김치우였다. 왼발로 감아 찬 볼은 상대 수비수의 머리를 넘어 왼쪽 골대쪽으로 향했고, 골키퍼도 쳐내지 못하는 지점에 떨어졌다. 무승부 징크스를 깨는 천금같은 프리킥골이었다. 김치우는 올해 K리그에서 2골, AFC챔피언스리그에서 2골 등 절정의 감각을 보였는데, 그의 발끝은 이날도 날카로웠다. ○밀집수비 예상했던 대로다. 북한은 5명 이상 수비에 집중하는 밀집수비로 나왔다. 한국도 대비책을 미리 마련했다. 중앙 미드필더인 기성용을 공격적으로 올렸고, 측면 공격에 상당한 비중을 뒀다. 또한 세트피스로 승부를 가르기 위해 다양한 전술도 연습했다. 하지만 일방적인 공격을 펼치고도 골문과는 거리가 멀었다. 측면 공격이 활발했지만 주로 미드필더들만 공격에 가담하는 단순성이 엿보였다. 상대 공격이 없는 상황이라면 좌우 윙백들도 과감하게 공격에 나설 필요가 있었지만 상대 역습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상대 수비 뒷공간을 겨냥한 기성용의 날카로운 패스가 나왔고, 문전에서 과감한 슈팅이 터졌지만 모두 정확성이 부족했다. 골을 못 넣으면 초조해지는 쪽은 한국. 계속된 찬스를 만들기 위해 조급해지면서 패스의 정확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골결정력 가장 완벽한 찬스는 스트라이커 이근호에게 찾아왔다. 그것도 후반 중반 2차례 연속으로, 골문 바로 앞에서 얻은 찬스였다. 20분 박주영이 넘어지면서 상대를 피해 정확히 찔러준 볼을 이근호가 오른발로 가볍게 찼지만 골키퍼 가슴에 안기고 말았다. 그럴 수도 있었다고 치자. 3분 뒤에 다시 찬스가 왔다. 이번에도 박주영이 찔러준 볼이 이근호의 발에 걸렸다. 골문 앞에서 결정적인 한방을 날렸지만 이번에도 골키퍼에게 잡히고 말았다. ○홍영조와 정대세 북한 주장 홍영조는 노련했다. 경기 시작과 함께 곧바로 한국 문전에서 왼발 슈팅을 하면서 위협을 가한 점이나 전반 38분경 하프라인에서 뺏은 볼을 드리블하면서 빠른 역습을 전개했다는 점에서 높이 살만했다. 정대세는 발이 꽁꽁 묶였다. 일단 볼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찬스도 드물었다. 개인기를 발휘할 시간이 부족했다. J리그 개막 후 2골을 몰아넣은 감각이나 폭발력을 이날 발휘하지 못했지만, 찬스가 왔을 때는 위협적이었다. 후반 2분 오른쪽 미드필드에서 올라온 볼을 문전 한가운데서 헤딩슛, 이운재가 겨우 걷어내면서 한국은 실점 위기를 모면했다. 상암|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