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찬호,롱런하려면4선발필수

입력 2009-04-02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박찬호(36·사진)를 미국에서 처음 취재한 게 97년 2월 중순 플로리다 베로비치에서였다. LA 다저스의 제네럴매니저였던 프레드 클레어(87년-98년)가 다저타운에 도착했을 때 첫번째 질문이 박찬호의 5선발 여부였다. 어느 메이저리그 단장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스프링캠프에서 제5선발 확정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한다. 3월 말이 되면 저절로 답이 나온다. 시범경기를 통해 누가 경쟁에서 앞섰는지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필리스의 루벤 아마로 주니어 단장이 박찬호의 5선발을 공식발표한 날이 현지 날짜로 3월31일이었다. 박찬호는 결국 필리스의 5선발로 확정됐다. 메이저리그에서 12년의 시차를 두고 선발투수로서 활약한다는 것은 대단한 쾌거이며 축하받을 일이다. 그러나 다저스 시절의 5선발과 현재 5선발의 의미는 아주 다르다. 12년 전에는 무궁무진 뻗어나갈 수 있는 시기였고, 지금은 메이저리그에서 얼마나 더 현역 생활을 연장할 수 있을지 여부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97년 32경기 가운데 29경기를 선발등판했다. 시작은 제5선발이었지만 사실상 붙박이 선발이었다. 풀타임 메이저리거 2년차였던 97시즌에 노모 히데오, 이스마엘 발데스에 이어 다저스의 3번째 선발투수 역할을 했다. 이후 전성기를 보낸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5선발을 붙박이로 운용하는 팀은 한군데도 없다. 시즌 도중 항상 분석하는 게 5선발에 몇명의 투수가 기용됐느냐다. 지난 시즌 다저스의 경우만 해도 시즌 개막 때 에스테반 로아이사를 시작으로 대만의 궈홍즈, 박찬호, 클레이턴 커쇼, 제이슨 존슨, 에릭 스털츠 등 6명이 번갈아 가면서 5선발을 맡았다.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로서 롱런을 하려면 4선발 진입이 돼야 한다. 5선발은 큰 의미가 없다. 나이든 5선발은 저니맨이다. 5선발은 보직상 시즌 초반에 선발 등판이 불투명하다. 필리스의 베테랑 제이미 모이어가 지난 오프시즌 47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2년 개런티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역할이 거의 2선발급이었기 때문이다. 박찬호에게도 기회는 충분히 있다. 메이저리그의 페넌트레이스는 투수들에겐 부상과의 전쟁이다. 박찬호가 부상 없이 로테이션에 따라 등판할 경우에는 3선발, 4선발로도 진입이 가능하다. 박찬호의 2009시즌, 5선발 발탁에 이어 4선발 진입을 기다려본다. LA|문상열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