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자 정신, 페어플레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욕설과 몸싸움, 설전만이 존재했다. 3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벌어진 전주 KCC와 창원 LG의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4차전에서 극으로 치닫는 감정싸움과 볼썽사나운 몸싸움으로 팬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경기 전부터 심상치 않았다. 허재 감독(44. KCC)은 몹시 격앙된 말투로 전자랜드의 코칭스태프를 맹비난했다. 최희암 감독(54)과 박종천 코치(49)를 ´선배들이라는 사람들´이라고 호칭, "선수들이 다친 것은 모두 감독인 내 잘못이지만 그렇게 해서 이기면 뭐하느냐"고 밝혔다. 최희암 감독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최 감독은 "다친 건 안 됐지만 그렇다고 우리 플레이를 못하면 되겠느냐. 자기 능력을 넘어서 무리하면 다치는 법이다. 오버하면 다쳐"라고 맞대응했다. 감독들의 설전에 동의라도 하듯 선수들은 코트에서 거친 몸싸움과 감정싸움으로 분위기를 한껏 달아오르게(?) 했다. 체육관을 찾은 관중들이 심판들의 휘슬소리 하나하나에 반응할 정도로 경기는 40분 내내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결국 경기 후에 폭발했다. 4쿼터 하승진(24)과 윤영필(34)의 더블파울 과정에서 KCC 벤치와 사소한 말다툼이 있었던 리카르도 포웰(26)은 경기 후, KCC 벤치로 다가가 다시 설전을 벌였다. 몸싸움도 발생했다. 팬들은 선수들을 행해 물병을 던졌고 물병에 맞은 모 선수는 관중을 향해 인상을 썼다. 축제의 장이 돼야 할 플레이오프가 기본도 없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한 것. 양팀 감독들은 경기 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반성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최희암 감독은 "전자랜드가 돈이 없는 건지, KCC가 돈이 많은 건지 이렇게 해서 KBL이 발전이 있겠느냐. 5차전은 구단과 상의해서 갈지 말지 고민하겠다"며 심판 판정에 항의, 5차전 보이콧을 시사했다. 허재 감독 역시 "1차전이 끝나고 나서부터 이런 상황이 되고 있는데 경기가 아니고 싸움 같다"고 대답했다. 감독이고 선수고 모두 체육관을 찾은 팬들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팬들은 그냥 들러리였다. 감독과 선수들은 오로지 승리만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미 농구의 인기는 시든 지 오래다. 국제대회에서 자취를 감춘 것도 오래다. 구단들이 스스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천=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