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인아메리카]전설이된라이벌전

입력 2009-04-07 09: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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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AA라이벌전,대통령도지원사격
2006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야구팬들의 불만은 대진 일정이었다. 숙적인 한국과 일본이 한 대회에서 3차례나 맞붙게 만들어 놓은 불합리한 대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제2회 WBC 대회는 한 술 더 떴다. 흥행을 위한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을 도입하면서 한국과 일본이 무려 다섯번을 싸우게 만들어 놓았다. 한국과 일본은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다. 한국이 일본에 비해 경제력에서 뒤지지만 스포츠, 문화면에서는 결코 질 수 없는 강력한 라이벌이다. 일본 프로야구가 한국 프로야구에 50년 가까이 앞서고, 인프라와 저변에서 월등하지만 국가대항전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번 WBC 대회에 일본은 디펜딩 챔피언으로 선수 구성부터 달랐다.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들로 짜였다. 몸값이 비싼 일본 프로야구 올스타멤버들과 메이저리거들이 군소리없이 WBC 대표팀으로 가세했다. 하지만 그들은 한국 팀을 만나 절절 맸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평소의 실력을 그대로 발휘했다면, 오히려 일본 선수들은 주눅 든 모습이었다. 한국-일본의 피할 수 없는 라이벌전은 이번 대회를 통해 다시 한번 부각됐다. 미국 언론들도 WBC 결승전을 ‘명승부(True Classic)’로 평가했다. 이제는 세계적인 라이벌전으로 자리매김됐다. 아시아판 뉴욕 양키스-보스턴 레드삭스전이다. 메이저리그 인터리그도 일종의 라이벌전 도입을 흥행으로 발전시킨 제도다. 스포츠의 유명 라이벌전을 알아 본다. ○라이벌전의 원조들 스포츠 역사가들은 라이벌의 원조로 영국 옥스포드 대학-캠브리지 대학의 조정 경기를 꼽는다. ‘옥스브리지’로 불리는 두 대학의 대결은 역사가 800년이 넘는 전통의 라이벌전이다. 미국의 육군사관학교-해군사관학교의 미식축구 경기 역시 뿌리가 깊다. 1890년부터 시작된 두사관학교의 풋볼은 예비 군인 특유의 질서정연한 응원전으로도 유명하다. 요즘은 사관학교 선수들의 기량이 처져 게임 자체 흥미가 떨어지고 있다. 육군-해군의 대결보다 앞서 벌어진 아이비리그 명문 하버드-예일의 풋볼대결은 ‘The Game’으로 통한다. 1875년에 시작됐다. 수재급의 양 대학 선수들이 체력을 바탕으로 펼치는 그라운드의 게임인 터라 팬들의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이 대결 역시 이제는 수준 차이로 두 대학 관계자 외에는 큰 관심이 없다. 명문교들은 학업성적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탓에 우수한 선수 스카우트가 어렵다. 캐나다의 아이비리그로 통하는 퀸-맥킬 대학의 대결도 100년이 넘는 유서깊은 라이벌전이다. 두 대학은 학문에서도 캐나다 최고이며 풋볼, 조정, 아이스하키 등의 라이벌전이 유명하다. ○대학농구의 진수 노스캐롤라이나-듀크 라이벌전이 팬들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끌려면 기량이 정상급으로 유지돼야 한다. 야구 중국-대만도 라이벌이지만 국가대항전의 성격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기량이 처지는 탓이다. 미국에서 대학농구는 5대 인기종목에 속한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NCAA 토너먼트는 미식축구 최고봉 슈퍼볼 다음으로 인기가 높은 이벤트다.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ESPN 방송에 출연해 NCAA 토너먼트 승자를 예측하는 이른바 ‘브라켓(Bracket)’을 했다. 언론은 이를 두고 ‘오바마 브라켓’으로 부른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노스캐롤라이나를 우승 후보로 점쳤다. 라이벌 대학 듀크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의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슈셉스키는 “오바마 대통령은 우승팀을 꼽는 브라켓을 할 게 아니라 경제에 집중해야할 때다”라고 한마디했다. 물론 조크성 발언이다. 그만큼 두 대학의 라이벌 관계가 치열함을 보여주는 예다. 지난 시즌에는 우승 후보로 꼽았던 노스캐롤라이나가 ‘파이널 포’에서 졌다. 두 대학은 지역적으로 가깝고, 학문적으로도 매우 우수한 대학이다. 두 대학이 배출한 NBA 스타만 해도 몇개 팀을 만들어도 될 정도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노스캐롤라이나), ‘코트의 신사’ 그랜트 힐(듀크) 등이 양교가 배출한 대표적인 스타다. 통산 전적에서는 노스캐롤라이나가 훨씬 앞선다. 미국의 대학 라이벌전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기량에서 내셔널타이틀에 도전하는 대학은 흔치 않다. 대학풋볼 미시건-오하이오 스테이트도 이 종목에서는 최고를 자랑한다. 미국 스포츠 라이벌전의 베스트3에 속한다. 열기나 언론의 취재에서 다른 종목을 압도한다. 대학 라이벌전은 기량도 중요하지만 학문의 성취도 빼놓을 수가 없다. ○뉴욕 양키스-보스턴 레드삭스 메이저리그 최고 라이벌전이다. 서부의 LA 다저스-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도 손꼽히는 라이벌전이지만 양키스-레드삭스전에 비하면 처진다. 두 팀은 오프시즌 프리에이전트 경쟁부터 치열하다. 게다가 미국은 동부중심의 사회여서 언론의 취급이 양키스-레드삭스전에 치우친다. 사소한 일도 두팀을 경쟁시키는 구도다. 통산 전적에서는 양키스의 일방적인 우세이지만 2004년 레드삭스가 ‘밤비노의 저주’를 깨면서부터 추의 무게가 보스턴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두 팀의 티켓은 입장권 판매와 동시에 매진이다. 시즌 티켓 확보자들에게 프리미엄을 줘 일반 팬들은 구입하기가 어렵다. 1901년에 시작된 두팀의 라이벌전은 메이저리그와 역사와 같이 한다. 78년 아메리칸리그 한 경기 플레이오프에서 터진 버키 덴트(뉴욕 양키스)의 홈런, 2003년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나온 애런 분의 끝내기 홈런 등 메이저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는 명승부를 숱하게 벌였다. LA|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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