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희망의새씨앗’될까
“드디어 촬영 시작했어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스크린에서 개성 강한 조연으로 명성 높은 배우 윤제문(사진)의 첫 주연작 ‘이웃집남자’의 제작사 트리쯔필름의 황인태 대표였습니다. 그와 통화를 하다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이웃집남자’를 통해 스크린에 처음으로 주연으로 나서게 된 윤제문의 출연료에 관한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그의 출연료가 얼마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영화 평균제작비 수준인 30억여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이웃집남자’의 상황을 고려하면 윤제문이 자신의 조연 출연료보다 훨씬 적은 개런티를 받은 것은, 말하지 않아도 분명해보였습니다.
윤제문은 대신, 하반기 영화 개봉 뒤 수익이 나면 보상받기로 했답니다. 다른 배우들은 물론, 스태프들도 합류했고 영화는 이런의 열정에 힘입어 현재 한창 촬영 중입니다.
배우의 출연료 자진 삭감은 이제 한국영화계에서 큰 화제가 아닙니다. 그 만큼 많은 배우들이 한국 영화의 어려운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 속에서 자신들의 높은 출연료를 스스로 깎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지요. 혹은 자신의 출연료 가운데 일부를 영화 개봉 뒤 수익의 형태로 나눠받기로 하고 제작비에 투자하는 형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주인공이 윤제문이라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윤제문은 ‘마더’, ‘괴물’, ‘우아한 세계’, ‘비열한 거리’ 등의 영화를 통해 남다른 개성과 연기력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윤제문은 그처럼 관객의 눈에 들거나 호평받은 연기자 대부분이 작품 편수를 늘려가며 출연료를 높여가는 것과는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이런 사례를 지켜보며 혹 ‘고통분담’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를 새로운 희망의 씨앗으로 다시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윤제문과 스태프의 열정이 한국 영화에 희망의 메시지가 되기를 바랍니다.
다만 침체된 한국 영화의 분위기 속에서 배우와 스태프의 열정이 자꾸 강조되는 이 같은 현실이 또 다른 점에서 안타까움을 가져다주는 건 왜일까요.
‘돈 되는’ 혹은 ‘돈이 될 것 같은’ 스타급 배우와 감독에게만 쏠리는 충무로의 시선은 언제까지 이 같은 배우와 스태프의 열정을 그저 바라만보고 있을 것인지 말입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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