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구구장. 덕아웃에서는 난데없이 ‘노트북’이 화두로 떠올랐다. KBO가 최근 각 구단 덕아웃에서의 노트북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트북을 덕아웃에 배치해놓고 경기 중에 활용하는 것은 국내 프로야구에 이미 일반화한 지 오래다. 전력분석요원이 분석한 내용이 노트북을 통해 전달되면 감독이나 코치, 선수들이 이를 참고해 경기 운영에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KBO 유영구 총재가 ‘클린베이스볼’이라는 모토 아래 최근 심판진의 요청으로 덕아웃에 노트북 사용을 불허하려 했다. 결국 야구실행위원회의 조언을 듣고 무산됐지만 언제든 다시 화두에 오를 수 있는 문제다.
○덕아웃 내 노트북 사용 부작용 제기
2003년 8개 구단은 정확한 기록과 분석을 위해 덕아웃에 노트북을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상대팀 사인이나 특정 정보를 캐내는데 활용하지 않기로 신사협정(?)을 했다. 그러나 최근 무선인터넷이 발달하면서는 노트북으로 TV 중계 리플레이 화면을 보고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면서 덕아웃의 노트북 사용 문제가 도마에 올랐던 것이다.
○김인식 감독 “심판 판정 항의 문제? 말도 안 되는 얘기”
없던 일이 됐지만 노트북 철수 정책 얘기를 전해들은 한화 김인식 감독은 “(노트북과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각 구단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들였는데 이제 와서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철수하려는 사람이 돈 주고 사가라”며 쓴소리를 건넸다. 이어 “나 역시 내 눈으로 보는 것과 기록이 다를 때가 있어 (노트북을) 볼 때가 있다”고 필요성을 어필했다. 또한 노트북을 철수하는 일은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구단 측은 TV에 자주 노출되는 노트북에 연간 계약으로 광고를 게재하고 있어 시즌 도중 갑자기 사용금지를 결정했을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덕아웃에서 노트북을 사용하는 것은 한국이 최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 관계자들은 종종 한국프로야구 덕아웃의 모습을 보고 신기한 눈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 프로야구는 “IT 강국인 한국이다. 우리가 덕아웃에서 노트북을 활용하는 것이 나쁠 것은 없다”는 목소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아무튼 덕아웃에서의 노트북 활용문제는 현재로선 일단 덮어두기로 했지만 시즌 후 다시 한번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대구|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