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의리버스토크]기자윤리잊어버린‘독후감기사’들…

입력 2009-07-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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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독후감을 쓰시더라구요, 기자 분들이. 기자 분들이라면 정말 국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내용을 취재해서, 발품을 팔아서 그렇게 하셨으면 좋겠는데…. 다들 그냥 인터넷 악플러들이 악플 쓴 거 그걸 보고 쓰고.”

1월 중순 이효리가 한 방송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6개월이나 지났지만 지금도 방송을 보던 당시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후끈거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효리는 많은 화제의 중심에 있고, 때로는 세인의 관심을 끄는 스캔들의 주인공이었던 연예기자에게 최고의 취재원이다. 그만큼 많은 기자를 만나고, 그리고 자신에 대한 숱한 기사를 접한 그녀가 작심한 듯 솔직하게 토로한 한 마디가 바로 ‘독후감 기사’다.

언제부터인가 연예기사, 특히 온라인의 경우 전날 방송된 프로그램이나 앞으로 방송될 내용을 기사로 소개하는 것이 주된 아이템의 하나가 됐다.

드라마 ‘아내의 유혹’이 ‘막장’ 논란 속에서 인기가 높자, 방송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전날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어제 은재는 어떻고, 교민은 또 어떤 잔꾀를 부렸고, 애리는 어떤 상황에서 버럭 화를 냈는지 시시콜콜 소개한다. 요즘은 ‘찬란한 유산’이 인기를 끌자, 매회 거의 대본 요약 수준으로 내용을 정리해 기사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패밀리가 떴다’ ‘1박2일’ ‘무한도전’ 등 인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 역시 방송이 끝나면 곧바로, 어느 부분에서 웃겼고, 어떤 멘트를 했는지 방송을 못 본 사람들도 내용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한(?) 정리 기사가 등장한다.

그런데 홍수를 이루는 이런 기사 중에 이효리의 표현대로 “발품을 팔거나” 또는 “알고 싶은 내용을 취재해” 쓴 것은 만나기 어렵다. 과연 어제 방송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눈길을 끌었던 장면의 뒤에는 어떤 사연이 숨어있는지, 아니면 요즘 인기 높은 드라마에서 논란이 된 그 내용은 제작진에게 어떤 의도가 있었고, 또 문제점은 무엇인지 기자가 당사자나 주변 관계자를 직접 취재하고 분석해 쓰는 기사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른다. 그래도 ‘독후감 기사’를 읽는 사람들, 즉 ‘수요’가 있으니까 콘텐츠가 생산되는 것 아니냐고.

과연 그럴까. 손님이 별말 없다고 식당에서 30분 이상 시간을 들여야 제 맛이 나는 음식을 5분, 10분 만에 만들어 내놓아도 되는 것일까.

‘독후감 기사’는 소비자의 변화된 기호가 아닌, 글로 정보와 재미 또는 감동을 전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가져야할 기본적인 ‘윤리’의 문제인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부장>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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