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누가국민배우를두번죽인걸까

입력 2009-08-16 12: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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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진실. [스포츠동아 DB]

도대체 누가 그녀를 두 번 죽였을까.

지난해 겨울 차가운 땅 속과 우리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묻었던 고 최진실. 그러나 1년이 채 되지 않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정도로 무더운 여름, 그녀가 잠들어 있는 곳을 누군가 둔치로 무참히 깨부쉈다.

15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 갑산공원에 안치되어 있던 최진실의 유골함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묘역 주변에는 팬들이 가져다 놓은 사진, 꽃, 팬레터, 잡지 등 그녀를 기억하기 위한 선물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겉으로는 예전과 별다를 것이 없어 보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묘역 뒷부분의 절반 정도가 깨져 있었다.

그 안에 유골함이 있던 자리가 훤히 들여다보여 조화로 가려놓았다.

사람이 절대 손이나 발로 깰 수 없는 7cm 두께의 화강암을 도구를 이용해 깨부순 것이다.

또 묘역 주변으로 둘러싸인 ‘수사중 출입금지’라고 써있는 노란색 폴리스 라인은 ‘이 곳은 국민배우 최진실님의 묘역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현수막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딸을 가슴에 묻은 어머니 정옥숙 씨가 비보를 듣고 한걸음에 사건 현장으로 달려왔다. 입고 있던 흰옷 만큼 얼굴도 하얗게 질린 정 씨는 황망함에 “어떻게 하냐”는 말 밖에 하지 못했다. 이날 36도가 넘는 폭염 탓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룩 흘렀지만 정 씨는 땀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렸다.

“아무 원망도 하지 않고, 책임도 묻지 않을 테니 제발 내 딸만 돌려달라”고 정 씨는 눈물로 애원했다.

그녀가 있던 곳은 공원 입구에서부터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비포장도로를 3km나 굽이굽이 돌아 올라와야 한다. 쉽게 걸어서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누군가 차를 이용해 올라와서 소주 2병을 비우고, 도구를 이용해 묘역을 깬 뒤 유골함을 훔쳐갔다. “터무니없는 말이 괴롭혀” 세상을 떠났던 그녀를 또 한 번 어처구니없는 일로 괴롭혔다.

묘역 파괴에 이어 도난당한 유골함의 훼손만은 막아달라는 유가족의 애원처럼 빠르게 수사가 마무리되어, 하루 빨리 그녀가 제자리로 돌아와 편히 눈감을 수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스포츠동아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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