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위대한재즈의해(1959)’는‘Take Five’를남기고

입력 2009-08-16 18: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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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스 데이비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꼭 50년 전인 1959년은 재즈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해라고 불린다.
이 해 ‘재즈의 제왕’ 마일스 데이비스는 재즈음반사상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린, 불후의 명반 ‘카인드 오브 블루’를 내놨다. 제왕의 걸음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갔다. 같은 해 또 한 명의 거장이자 동료 길 에반스가 이끄는 재즈오케스트라와 함께 ‘스케치 오브 스페인’을 출시하기에 이른다.

CF, 영화음악에서 너무도 낯이 익은 ‘테이크 파이브’가 실린 데이브 브루벡의 음반 ‘타임 아웃’도 이 해에 발표됐다. 뿐이 아니다. 색소폰의 거인 존 콜트레인이 거인다운 음반 ‘자이언트 스텝’을, 재즈계의 쇼팽 빌 에반스가 자신의 트리오(재즈사상 가장 완벽한 트리오로 불렸던)와 함께 ‘포트레이트 인 재즈’를 내놓은 것도 1959년이었다.
찰스 밍거스가 ‘밍거스 아 움’을, 소니 롤린스가 ‘더 브릿지’를 내놓은 것도 이 해. 오넷 콜맷이 프리재즈의 걸작을 선보인 해도 1959년이었다.

팝으로 치면 비틀즈와 레드제플린, 밥 딜런, 핑크 프로이드, 지미 헨드릭스와 엘비스 프레슬리가 같은 해에 줄줄이 대표작을 터뜨린 셈이다. 물론 팝의 역사는 이런 행운을 누려보지 못했다.

연초 마일스 데이비스의 대표작 ‘카인드 오브 블루’의 50주년 확장판과 박스 세트가 선보인 데 이어, 그의 ‘스케치 오브 스페인’ 그리고 데이브 브루벡의 ‘타임 아웃’ 확장판이 발매됐다.

먼저 ‘타임 아웃’. ‘타임 아웃’ 오리지널 음반 1장과 전성기 시절 뉴포트 라이브 실황이 담긴 CD 1장, 그리고 데이브 브루벡이 말하는 음반 제작과정과 피아노 강의, 포토 갤러리 등이 수록된 DVD가 한 세트로 묶였다. 피아니스트이자 재즈 관련 저서의 저자로 활동하고 있는 테드 지오이아의 해설 번역본도 실렸다.

데이브 브루벡.


‘재즈는 4박자’라는 고정관념을 깬 최초의 히트작이 ‘타임 아웃’이었다는 사실은 재즈팬들 사이에선 상식이다. 이 음반에 수록된 ‘테이크 파이브’는 4분의 5박자다. 5박자의 변박을 타고 흐르는 폴 데스몬드의 감미로운 알토 섹소폰은 세계인의 귀를 오디오 앞으로 잡아끌었다. 데이브 브루벡은 말한다.

“어떤 성공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새롭고 창의적인 일을 한다는 벅찬 느낌이 전부였다. 나는 4분의 4박자 일색인 행진곡 스타일의 재즈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곡은 단지 문을 열었을 뿐이다. ‘타임 아웃’이 나오고, 세상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을 때 나는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 곡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을 보았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스케치 오브 스페인’은 재즈사의 위대한 걸작 ‘카인드 오브 블루’의 후속작이다. 미 음악정보 사이트 올뮤직 가이드에서 별 다섯의 만점을 받았다. 이번 기념반에는 마일스 데이비스와 길 에반스의 유일한 라이브 녹음을 포함해 1시간여의 보너스 트랙이 수록돼 있다.

마일스 데이비스와 길 에반스는 1950년대 말 세 편의 작품을 냈고, ‘스케치 오브 스페인’은 그 마지막에 해당한다. 특히 이번 음반에는 마일스와 길의 ‘아랑훼즈 협주곡’ 실황이 들어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레어템’이다.
당시 상황을 증언하다시피 꼼꼼하게 서술하고 있는 건서 슐러의 해설도 착실하게 번역돼 실려 있다. 컴퓨터에서 작동되는 디지털 콘텐츠도 쏠쏠한 보너스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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