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멀리건]치명적인함정최종R미스샷

입력 2009-09-29 13: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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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 야구는 흡사한 점이 매우 많다.

육체적 능력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한 멘탈 스포츠이고, 스윙의 구조가 비슷하다. 게다가 결과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 결과론까지 닮은꼴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것들이 정지된 상황에서 수시로 선택을 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골프는 매홀 클럽을 선택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레이업도 해야 한다. 파5홀에서 세컨드 샷으로 그린을 공략할지 아니면 레이업을 한 뒤 서드 샷으로 안전하게 버디를 노릴지 선수와 캐디는 순간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야구도 투수가 타자를 상대로 패스트볼을 던져야할지 변화구로 승부를 해야 할 지가 선택이다. 야구는 장기레이스를 하기 때문에 한 차례 선택을 잘못해도 “그게 야구다”며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골프는 최종 라운드에서 한 차례의 미스 샷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골프와 야구의 다른 점이다.

지난 2006년 뉴욕의 윙드푸트 골프클럽(파70, 7264야드)에서 벌어진 US오픈 최종 라운드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필 미켈슨과 스코틀랜드의 콜린 몽고메리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파만 기록하면 우승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미켈슨은 전년도 PGA 챔피언십과 2006년 마스터스 우승으로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미켈슨은 매홀 페어웨이를 빗나간 드라이브로 티샷을 하면서 무너졌다. 왼쪽으로 슬라이스가 나 트러블 샷이 된 세컨드 샷이 나무에 맞아 25야드 밖에 전진하지 못했다. 이어 세 번째 샷은 그린 옆 벙커에 빠졌다. 라이도 고약해 네 번째 벙커 샷은 빠른 그린을 타고 웨지로 굴러갔다. 그린에 주저앉아 머리를 쥐어짜는 미켈슨의 표정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당시 베테랑 잭 니클라우스와 톰 왓슨은 “드라이브가 홀 내내 빗나갔는데 왜 3번 우드로 티샷을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아쉬워했다.

드라이브 샷을 절묘하게 때린 몽고메리도 세컨드 샷 클럽선택을 잘못해 우승 트로피를 호주의 제프 오길비에게 빼앗겼다. 172야드를 남겨두고 세컨드 샷은 오르막 라이의 러프에 빠져 결국 더블보기로 주저앉았다.

지난 21일(한국시간) 토리파인스에서 막을 내린 삼성 월드챔피언십에서 일본의 미야자토 아이는 17번홀까지 생애 첫 우승을 노리던 최나연에게 한 타 차 앞서 있었다. 18번 파5홀에서 미야자토는 203야드를 남겨두고 5번 우드로 세컨드 샷 온그린을 노렸다. 그러나 볼은 1m 가량 짧아 연못의 턱에 맞고 물에 빠져 보기로 연장전 기회마저 놓치고 말았다.

경기 후 기자들의 “레이업을 할 생각은 없었냐”는 질문에 미야자토는 “라이가 좋았고 보통 5번 우드가 205야드를 가기 때문에 레이업을 할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너무나 아쉬웠던 장면이라 세컨드 게스(경기 뒤 복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한 타 뒤졌다가 동타가 된 최나연은 거의 같은 상황에서 세컨드 샷이 오른쪽 그린 웨지 부근에 떨어지자 어프로치 샷을 퍼터로 해서 홀에 붙여 대조를 보였다. 후회 없는 현명한 선택은 힘들기 마련이다.

LA | 문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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