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말한다]배영수의2004년KS 4차전

입력 2009-10-10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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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이닝노히트노런…아!통한의무승부여
“그 게임에서 제가 완전 미쳤죠. 그때 그 느낌은 아직도 생생해요.”

2004년 삼성과 현대의 한국시리즈 4차전. 삼성 배영수(28·사진)는 물론 팬들의 뇌리에서도 잊혀지지 않을 경기다. 비공인이지만 10이닝 노히트노런. 그리고 연장 12회 0-0 무승부.

“경기 전 컨디션은 별로 좋지 않았어요. 1차전에 선발등판해 졌잖아요. 그때까지 분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잤고….

1회초 2번타자 전준호 선배에게 파울홈런을 맞았는데, 만약 그 타구가 폴 안쪽으로 들어갔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거예요. 결국 포크볼로 삼진을 잡았죠. 그때부터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포크볼은 평소 연마만 하다 그날 처음 실전에서 던지기 시작했어요.”

3차전까지 1승1무1패. 4차전도 고무줄처럼 팽팽한 접전이었다. 0-0으로 맞선 7회말 1사 1·2루. 김한수의 타구는 누가 봐도 중전안타였다. 그런데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 장면이 펼쳐졌다.

현대 유격수 박진만이 마치 표범처럼 날아 글러브로 땅볼타구를 낚아챘다. 그리고 누운 자세로 한 바퀴 몸을 돌리며 2루수 채종국에게 정확히 토스했다.

배영수는 8회 2사까지 단 한명도 출루시키지 않았다. 퍼펙트게임까지 아웃카운트 4개. 지금은 동료가 된 박진만이 이번에는 타석에서 또 대기록을 저지했다.

“볼카운트 2-3에서 포수 진갑용 선배가 마운드에 올라왔어요. ‘슬라이더 던질래? 직구 던질래?’라고 묻더니 ‘슬라이더로 가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낮은 볼. 박진만의 방망이가 따라 나오다 멈췄다. 볼넷. 퍼펙트게임이 날아갔다. 배영수가 10회까지 출루를 허용한 것은 그것이 유일했다. 그러나 삼성도 득점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었다. 투구수는 116개.

“선동열 수석코치님이 덕아웃에서 부르더라고요. 이닝이 진행될수록 컨디션이 살아나고, 집중력도 떨어지지 않아 ‘더 던지겠다’고 했죠. 그런데 ‘다음 기회가 있으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삼성은 배영수에 이어 11회부터 권오준∼권혁이 나섰고, 현대는 피어리∼이상열∼신철인∼조용준이 이어 던졌다. 12회 0-0 무승부. 이기지 못했으니 배영수의 노히트노런도 비공인 기록. 그러나 혼이 담긴 배영수의 일구일구에 팬들은 함께 호흡했고, 감동했다.

“팬들은 그러더라고요. 9이닝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것보다 오히려 10회를 던지고도 기록을 달성하지 못해서 안타깝고 더 기억에 남는다고요. 저는 그날 이기지 못한 게 더 아쉬워요. 2승을 먼저 챙겼으면 삼성이 우승할 수도 있었는데…. 9차전까지 가서 졌잖아요.”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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