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목소리응원으로울고웃는사람들

입력 2009-10-11 17: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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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하나. 야구장에서 나오는 소리 중 가장 큰 소음을 일으키는 건 뭘까.

응원 단상에 설치된 앰프에서 나오는 ‘빵빵’한 응원 음악도, 대부분의 팬들이 들고 두들기는 막대풍선도 아니다. 소음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사람의 목소리다. 잠실구장의 경우 2만9000명의 만원 관중이 한꺼번에 내는 응원의 목소리는 대단하다. 이 때문에 울고 웃는 사람이 발생한다.

●우는 사람들

올 정규 시즌 동안 잠실구장에는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인근 잠실아파트 1단지에서 들어온 민원이다. 이유는 단 하나, 너무 시끄럽다는 거다.

아파트의 경우 예전 저층이었을 경우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하지만 재건축으로 고층 아파트가 되면서 야구장에서 나오는 소음이 울려 퍼진 게 화근이 됐다. 밤이면 밤마다 어김없이 들려오는 응원 소음은 새로 입주한 아파트 주민들에게 참을 수 없는 괴로움이 됐다.

이런 민원 때문에 잠실구장 운영본부 측은 응원단의 앰프 소리를 야간 소음 규제 기준인 50데시벨(db) 이하로 맞추게 했다. 이 조치로 응원단이 만드는 앰프 소음은 다소 줄었다. 문제는 사람들의 목소리다.

야구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동시에 날리는 ‘와~’하는 외침의 파장은 엄청나다. 잠실구장 운영본부의 한 관계자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최소 60db은 되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할 수 있겠냐”며 답이 없다는 반응이다.

인근 학교 측도 울상을 짓기는 마찬가지다. 야간 자율 학습을 하는 학생들에게 야구장에서 나오는 소음은 집중에 방해가 되기 때문. 수차례 민원을 냈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해결책은 없다.

이 관계자는 “야구장을 옮겨 달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주민들도 소리를 내지 말라고 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심하니까 돔구장이라도 만들라는 성화다”고 상황을 전했다. 막대풍선 제작 업체도 된서리를 맞았다. 네포스 전태수 대표는 “차세대 막대 풍선을 만들려는 계획이 야구장 소음 규제 때문에 연기됐다”며 아픈 마음을 밝혔다.

●웃는 사람들

우는 사람이 있으면 반대편에는 웃는 사람이 있는 법. 응원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즐거운 사람은 응원하는 팬들 자신과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이다. 응원단에게 목소리 응원은 야구를 보는 재미 이상의 무언가를 준다.

한국의 야구팬들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1,3루 측 응원단에서 정말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이유다. 심지어 응원에 너무 빠져있느라 경기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날아오는 파울 타구에 맞는 일도 생길 정도다.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들에게 응원의 목소리는 크면 클수록 일체감을 형성해 주고, 몰입도를 높여 준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숨죽이며 내지 못하는 목소리를 야구장에서 맘껏 목 터지게 내면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일, 이건 정신 건강 사이클을 역동적으로 만드는
원동력이다. 두산의 한 여성팬은 “목소리를 맘껏 내지를 때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즐겁기는 마찬가지다. 수혜를 그대로 누리기 때문이다. 응원석에서 내뿜는 목소리 응원은 선수들의 플레이에 기를 불어 넣는다. 응원하는 팬들이 적은 경기와 많은 경기는 그래서 경기 내용에 차이가 난다.

잠실 |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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