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다이어리]자존심접은캡틴‘김재현의리더십’

입력 2009-10-1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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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스포츠동아.DB

스타에서주장으로…“SK팀은강하다”
SK 민경삼 운영본부장의 표현을 빌리면 “김재현은 자존심으로 야구하는 선수”입니다.

그가 LG에서 FA 자격을 획득한 뒤 서슴치 않고 SK로 넘어온 일화부터가 그 단면을 보여줍니다. LG와 우선 협상기간이 끝나자마자 SK 입단 도장을 찍었죠.

김재현의 고질이었던 고관절 부상을 두고, LG는 ‘재발 시 구단 책임은 없다. 당사자가 일체의 책임을 진다’란 요지의 각서에 서명하지 않는 한, 필드에 내보낼 수 없다고 했죠. 그러고도 김재현은 2002년 한국시리즈에 나갔지만 그 자존심의 상처를 2년 후 이적으로 되갚았습니다.

당시 LG와 우선 협상기간 마감일 자정을 넘어 날짜가 바뀌자마자 민 본부장은 김재현 집의 벨을 눌렀습니다. 신일고 선배이기도 한 민 본부장은 해외출장에서 돌아와 김재현 집부터 찾았죠. 김재현은 민 본부장의 정성을 “SK는 나를 필요로 하는 팀”으로 여겼고, 그 자리에서 계약서에 사인을 했죠.

그리고 2007년 SK에 첫 우승을 선사했고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습니다. 6차전 쐐기 홈런을 터뜨린 순간, 관중석의 민 본부장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3년 전의 보은을 받은 셈이었지요. 이에 앞서 2007년 김성근 감독 부임 뒤, 김재현은 플래툰 족쇄에 묶였습니다. 선발 출장에서 빠지기 일쑤였죠. 당시의 상실감에 은퇴까지 고민했던 그입니다.

이런 김재현의 캐릭터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번 플레이오프(PO), 그의 변신이 굉장히 새삼스럽게 다가올 겁니다. PO 1∼2차전 거푸 벤치에 앉았어도 일체 내색하지 않고, 스타가 아닌 캡틴으로서 처신했습니다. 대타신세가 됐어도 팀 미팅을 소집해 후배들에게 경각심과 격려를 해줬습니다. 3차전 승리 다음엔 “채병용의 투혼을 배우자”고 독려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4차전의 한 장면인데요. 결정적 득점 찬스에서 왼손 지승민이 투입되자 김 감독은 김재현을 이재원으로 교체했습니다. 김재현의 스타성을 생각하면 굴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었죠.

그런데 덕아웃으로 돌아가던 김재현은 방망이를 쥐고 나오는 이재원의 손을 잡아주고 격려해준 뒤 퇴장하더군요. 그리고 게임 내내 덕아웃 앞쪽에 나와 서서 박수쳐가며 동료들을 응원하더군요.

김성근 감독이 “가장 힘든 포스트시즌”이라 토로하듯 최근 3년 중 객관적 전력상 SK는 최약체입니다. 핵심투수 3명을 빼놓고 하니까요. 그래도 SK 왕국은 건재합니다.

‘우리 모두를 합친 것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란 격언을 증명하듯, 팀으로서 강하기에 SK는 무섭습니다.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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