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물먹은대포?감잡은부활포!”

입력 2009-10-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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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속한 하늘, 애타는 현수 2회 솔로홈런을 기록한 두산 김현수가 갑작스러운 폭우로 경기가 중단되자 수건을 머리에 쓰고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문학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김현수“오늘도넘긴다”
“괜찮아요. 내일도 칠 겁니다.”

13일 한국시리즈행을 결정짓는 SK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 두산 김현수(21)는 2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카도쿠라를 상대로 회심의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그러나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노게임이 선언되면서 아쉬운 입맛을 다셔야 했다. 특히 이날 김경문 감독이 ‘4번 김현수-5번 김동주’라는 새 조합으로 승부수를 띄운 상태에서 적잖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홈런이었다.

김현수는 페넌트레이스 때 김동주 결장시 4번을 맡은 적이 있었지만 동반 출장했을 때 김동주 대신 4번을 맡은 건 처음이었다. 김현수의 선제 홈런에 김 감독은 쾌재를 불렀지만 결국 노게임이 됐고, 가을에 SK만 만나면 유독 작아지는 그였기에 이번 홈런이 누구보다 아까웠을 터. 그러나 김현수는 덕아웃에서 짐을 꾸리며 “괜찮다”고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듯 “내일도 치겠다”며 이를 앙다물었다.

김현수는 7일 1차전에서도 잘 맞은 타구가 역으로 부는 강풍에 밀려 중견수에게 잡힌 적이 있다. 그 역시도 문학구장이었다. 당시 최준석의 플라이성 타구가 바람을 타고 담장을 넘어갔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 김현수는 “나는 바람도 안 도와준다”며 농담 섞인 푸념을 늘어놓았다. 타격이 좋지 않을 때마다 “내가 못 치는 것”이라고 자책하는 평소 성격상, 잘 맞지 않는 답답함을 바람 탓으로 돌릴 정도로 김현수는 조급했다.

‘올해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겠다’는 마음이 앞선 것도 화근이었다. 스포츠동아 이효봉 해설위원은 1·2차전의 김현수를 보며 “심리적으로 쫓기는 모습이고 본인의 타격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3차전부터는 점차 평정심을 되찾아가는 모습이었지만 4차전까지 14타수 2안타.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2년 연속 타율 3할5푼을 기록한 타자로서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다. 특히 김현수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는 5차전 9회말 역전 찬스를 병살타로 끝내며 ‘X맨’이 됐기 때문에 ‘SK 악몽’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현수는 5차전에서 작심한 듯 카도쿠라의 직구를 노려 대형아치를 그려냈다. 경기의 흐름을 단숨에 두산으로 끌어올 수 있는 선취점이었다.

특히 4차전에서 박정권의 타구를 잡으려다 왼쪽 무릎을 펜스에 부딪쳐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승리를 향한 투혼이 빛을 발했다.

비록 날아가버린 홈런이지만 ‘타격기계’ 김현수의 부활을 알리는 희망의 서곡이었기에 ‘노게임’ 선언으로 힘 빠진 두산에도 위안거리였다.

문학|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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