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와 KIA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6회말 무사 1루 KIA 나지완이 중월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잠실ㅣ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KIA는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9 CJ 마구마구 한국시리즈 마지막 7차전에서 SK를 6-5로 이겨 시리즈 전적 4승3패로 한국야구 정상에 올랐다. 1997년 LG를 4승1패로 물리치고 우승한 뒤에 차지한 통산 10번째 우승 감격이다.
이날 경기초반 행운의 여신은 KIA를 외면하는 듯 했다. SK의 정근우가 안타를 치고 나간 4회초. 타석에 들어선 박정권이 휘두른 방망이에 맞은 공은 큰 포물선을 그리며 뻗어 나갔다. 그러나 주자였던 정근우도 뛰지 않았다. 공의 궤적으로 볼 때 파울성으로 보인 것이다. 그러나 바람 탓인지 공은 왼쪽 폴대 안쪽으로 떨어지는 행운의 홈런으로 변했다. 먼저 2점을 내주게 된 KIA에게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이어 KIA는 5회 초 한 점을 더 내주며 0-3으로 이끌려 갔다.
그러나 5회말부터 KIA의 반격은 시작됐다. 최희섭이 안타를 치고 나가면서 드라마의 시작을 알렸다. 김상현의 땅볼 때 최희섭은 2루까지 진출했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이종범이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기회는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러나 이어터진 안치홍의 적시타로 1점을 추격하는데 성공했다. KIA는 6회초 다시 2점을 내주며 1-5까지 뒤졌으나 6회말 곧바로 다시 반격에 나섰다. 김원섭이 SK 투수 이승호로부터 안타를 뽑아낸 뒤 타석에 들어선 나지완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공은 그라운드 중앙을 가로지르며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으로 이어졌다. 3-5까지 추격한 KIA는 7회말 안치홍이 다시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4-5로 턱밑까지 추격했다. KIA는 이어진 1사 1,2루의 찬스에서 김원섭의 적시타로 기어이 5-5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KIA는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나지완이 SK의 8번째 투수 채병용으로부터 중앙 담장을 크게 넘기는 홈런을 뽑아내며 경기를 끝냈다.
이날 두 개의 홈런을 뽑아내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된 나지완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한 때 부상으로 부진했던 나지완은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KIA는 근성을 발휘한 SK에게 3,4차전을 내주었으나 5차전을 다시 따내며 한발씩 앞서 갔다. SK가 기어이 6차전을 따내며 승부를 7차전으로 몰고 갔으나 운명을 건 마지막 승부의 승자는 KIA 였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김성근(SK)-조범현(KIA) 두 감독의 ‘사제대결’로도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몇차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논란이 일었다.
때로는 "왜 째려봐"라는 말로 시비가 붙었고 수신호 논쟁 등이 일었다.
이 같은 논란 속에 치러진 이번 한국 시리즈는 역대 5번째로 7차전까지 가는 대접전으로 치러졌다. 팬들과 선수들의 열렬하고도 격렬한 대결 속에서 KIA는 다시 한번 한국야구 최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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