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트랙] 12년 기다림의 미학…야구명가 KIA 부활

입력 2009-10-25 09:28:58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9프로야구 한국시리즈 7차전 KIA타이거즈 대 SK와이번스의 경기. 5:5 동점 상황 9회말 1사 상황에서 KIA 나지완이 SK 마무리 투수 채병용을 상대로 결승 솔로 홈런을 날리며 경기 종료, KIA가 V10 달성에 성공했다. KIA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돌며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잠실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무려 12년이 걸렸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우승의 기쁨은 더 클 수밖에 없다.

KIA가 2009년 페넌트레이스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오르면서 ‘타이거즈 신화’를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한국 프로야구 28년 역사에서 ‘V10’은 그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신화다. 12년만의 챔프 등극이지만 돌이켜보면 타이거즈는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전통의 명가였다.

프로 출범 2년째였던 1983년, MBC와의 한국시리즈에서 4승1무로 첫 챔피언에 오른 해태 타이거즈는 1986년부터 1989년까지, 전무후무한 4년 연속 챔피언에 오르며 최전성기를 구가했다. 1991년과 1993년, 징검다리 우승에 이어 1996~97년 2년 연속 다시 챔프에 올랐다. 타이거즈가 페넌트레이스 1위에 이어 한국시리즈 챔피언까지, 그야말로 진정한 ‘통합 우승’을 차지한 건 올 시즌을 포함해 모두 여섯 번이나 된다. 1988년, 당시 7개 구단 중 유일하게 승률 6할대(0.639)로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한 뒤 빙그레를 4승2패로 꺾고 우승 반지를 끼는 등 1991년, 1993년과 1996~97년에 통합 챔프에 올랐다. 김동엽 감독-조창수 감독대행에 이어 1982년 10월 18일, 해태 사령탑에 취임한 김응룡 감독(현 삼성 사장)은 2000년 11월 퇴임할 때까지 17시즌 동안 9번 우승한 ‘타이거즈 왕조’의 전설을 만들었다.

타이거즈 우승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V8’이었던 1996년을 꼽을 수 있다. 당시 해태는 현대와의 한국시리즈에서 2승1패로 앞서다 4차전에서 상대 투수 정명원에게 노히트노런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아웃카운트 27개를 기록하는 동안, 안타 하나 없이 4사구 3개를 얻은 게 고작이었다. 당시만 해도 분위기는 현대 쪽으로 기우는 듯 했지만 타이거즈는 5차전에서 3-1로 승리해 흐름을 다시 가져온 뒤 6차전에서 선발로 나선 이강철(현 투수코치)의 호투를 밑바탕 삼아 5-2 승리, 4승2패로 시리즈를 마감했다. 5경기에 등판, 2승1세이브 방어율 0.56을 기록한 이강철은 그 해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묘한 것은 1996년 6차전 경기일이 KIA가 한국시리즈 챔피언을 차지한 10월 23일과 똑같은 날이었다는 점. 당시 인천을 연고로 했던 현대를 꺾고 우승한 점도, 이번 시즌 SK와의 대결을 떠올리면 예사롭지 않다. 정명원에게 노히트노런 악몽을 겪은 곳도 인천이었고, 5차전 이후 반격의 기치를 올린 곳은 이번과 마찬가지로 잠실이었다.

타이거즈는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7차전 승부를 펼친 것이 1993년(4승1무2패), 딱 한번 뿐이었을 정도로 한국시리즈에서 유독 더 무서운 힘을 발휘했다. 10번의 한국시리즈에서 3패를 기록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더욱이 이번까지 포함, 10번 나선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우승하며 ‘한국시리즈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타이거즈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한국시리즈 절대 강자’다. 1993년에 이어 1997년,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던 이종범은 12년 세월이 흐른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도 맹활약, 세월을 거스르는 ‘타이거즈의 힘’을 맘껏 과시했다.

잠실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