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수의 씨네에세이] 개봉도 안한 영화가 후보작에 대종상, 관객 의견 필요없다?

입력 2009-10-26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1월6일 열리는 제46회 대종상 시상식을 앞두고 벌써부터 잡음이 일고 있습니다. 후보작(자) 선정을 둘러싸고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지요.

요컨대, 아직 개봉도 하지 않은, 게다가 시상식을 일주일 앞두고 개봉하는 영화 ‘하늘과 바다’가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등 모두 4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것입니다.

여기에 21일 대종상 영화제 집행위원회가 후보작(자) 명단을 공식 발표하기도 전인 19일 ‘하늘과 바다’ 시사회에서 이 영화가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때문에 사전 후보작(자) 명단 유출의 의혹까지 받았지요.

대종상 영화제 출품 규정을 보면 ‘하늘과 바다’가 후보에 오른 것에는 아무런 결격 사유가 없습니다. 대종상 영화제는 ‘2008년 5월1일부터 2009년 9월4일까지 제작 완료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을 필한 한국영화로서 상영됐거나 상영 중 혹은 예정인 극영화’로 출품작을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논란과 관련해 취재를 위해 대종상 집행위원회의 한 고위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하지원이 후보 명단에서 빠져서 그런 모양인데”라는 전제를 달았습니다. 그리고 “출품 규정상 어떤 결격 사유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하지원이 후보 명단에서 빠져서 그런 모양”이 아닙니다. 올해 후보작(자) 공식 발표가 빼놓은 것 혹은 무시한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관객입니다. 규정상 결격 사유는 없지만, 그래서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기엔 ‘영화적’ 상식으로 받아들여지 않는 것이지요.

대종상은 한때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시상식으로 그 권위를 인정받았습니다. 관객이 공감할 만한 수상 결과 덕분이었습니다. 그것은 극장 개봉 및 상영을 통해 관객의 검증을 받았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를 후보 명단에 올린 것은 아무래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여기서 ‘검증’이란 단순히 흥행 수치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좋은 영화’와 ‘훌륭한 연기’의 기준이 관객 수만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만약 그렇다면 하지원이 주연한 영화 ‘해운대’는 무조건 올해 대종상이나 그 밖의 모든 영화상 후보에 올라 다수의 상을 거머줘야 하니까요.

이건 ‘영화적’ 상식이기도 합니다. 대종상이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영화상으로서 권위를 다시 인정받으려면 관객의 공감이 필요합니다. 그러기에는 대종상은 올해 이미 출발선부터 잘못 그리고 있는 건 아닐까 안타깝습니다.

대종상이 영화인 스스로 만들어온 축제라는 점에서 그 안타까움은 더합니다.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