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인들이 추억하는 故 황규봉

입력 2016-01-20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전 삼성 코치 황규봉.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스

연락 끊겨 걱정했는데 이런 소식까지”
“별명이 황소였을정도로 성실했다”


“오랜 만에 듣는 소식인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프로야구 초창기 삼성의 에이스로 활약한 황규봉 전 삼성 코치가 대장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는 소식에 야구계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1989년 삼성 코치를 마지막으로 유니폼을 벗은 뒤 야구인들과 연락을 끊고 지냈기에 충격이 더 큰 듯했다. 특히 한때 한솥밥을 먹으며 동고동락했던 삼성 출신 야구인들은 뒤늦게 소식을 접하고는 한동안 침묵했다. 1953년생으로 요즘으로 보면 한창 나이인 63세에 세상을 떠났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들이 기억하는 ‘야구선수 황규봉’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프로야구 원년부터 삼성에서 배터리로 호흡을 맞춰온 이만수(58) 전 SK 감독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부음을 전해 듣고는 “그동안 야구인들과 연락이 끊겨 어떻게 살고 계신지 전혀 몰랐는데 이런 소식을 들어서 너무 안타깝다”고 애통해하면서 “선배님은 호인이셨다. 강속구 투수로 공이 쇳덩어리처럼 무겁게 들어왔다. 슬라이더도 아주 좋았다. 경북고 시절부터 황태자였는데, 프로에 들어올 때는 사실 내리막길이었다. 대단한 투수였다”고 추억했다.

김시진(59) 전 롯데 감독도 충격을 받았다. 현재 제주도에서 여행을 하고 있는 김 전 감독은 “나보다는 4년 위였는데 1970년대 후반 실업야구 시절이 전성기였다. 키도 크고 힘도 좋아 공이 묵직했다. 얼굴도 잘 생겨서 경북고 시절부터 팬들이 많았다. 말이 거의 없었지만 좋은 분이었다. 이렇게 세상을 떠나시다니 허무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동기인 영남대 이선희(62) 투수 인스트럭터는 “황규봉은 원래 나보다 1년 선배인데 경상중 때 1년 유급해 나하고 동기가 됐다. 경북고 시절부터 에이스였다. 난 황규봉 뒤에서 받쳐주는 투수였다”며 “별명이 황소였을 정도로 힘도 좋고, 성격도 우직했다. 성실하고 묵묵하게 자기 일을 하는 스타일이었다. 공이 쇠뭉치처럼 들어갔다. 연투도 참 많이 했다. 요즘처럼 관리를 잘해줬으면 더 오래 선수생활을 했을 텐데, 불운한 투수가 됐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그러면서 “은퇴하고 사업에 실패하면서 동기들하고도 연락을 끊고 혼자 살았는데, 오랜 만에 들은 소식이 이런 소식이다. 내가 여기저기 연락을 취하기는 했지만, 빈소에 야구인들이 많이 가보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 나도 일본에 전지훈련을 와 있어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해주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고 씁쓸해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