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아이비 ‘괘씸죄’인가?

입력 2009-11-16 15: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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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 [스포츠동아 DB]

10월 29일 3집 ‘아이 비..’를 발표하고 약 3년 만에 컴백한 가수 아이비가 1일 SBS ‘인기가요’에 출연한 이후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에서 모습을 볼 수 없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화제의 가수가 새 노래를 발표하면 지상파 3사의 주말 음악프로그램에 잇달아 출연하면서 복귀 신고식을 치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아이비는 1일 SBS ‘인기가요’에 한 번 출연했을 뿐 MBC ‘쇼! 음악중심’과 KBS 2TV ‘뮤직뱅크’에는 한 번도 출연하지 못했다.

아이비가 10월27일 서울 청담동의 한 클럽에서 벌인 쇼케이스와 1일 ‘인기가요’ 출연 이후 여러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는 ‘아이비 인기가요’ ‘아이비 터치 미’ 등 아이비 관련 단어가 상위권에 오르는 등 큰 관심이 이어졌다.

하지만 아이비의 컴백에 대중이 실시간 검색어와 음반차트를 통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음에도 지상파에선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주고 있다.

MBC와 KBS 예능국 관계자는 아이비를 출연시키지 않는 것에 대해 “노래가 좋으면 섭외하겠지만, 굳이 아이비를 섭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아이비가 지상파에 출연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이비의 과거 소속사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비는 현재 디초콜릿E&TF에 소속돼 있지만 2007년까지 소속사였던 P엔터테인먼트가 소속 연예인의 방송출연을 위해 일부 방송사 PD들에게 주식로비 등을 벌였고, 이 사실이 알려져 KBS와 MBC의 일부 전·현직 PD들이 법정에 서기도 했다.

이로 전례로 인해 P엔터테인먼트의 스태프들이 주축이 된 현 소속사 디초콜릿E&TF를 방송사 측에서 곱게 보지 않는 것이 아이비의 출연불가의 이유라는 것이다.

더욱이 아이비의 3집 타이틀곡 ‘터치 미’ 뮤직비디오까지 선정성을 이유로 지상파 방송불가 판정을 받아 지상파 출연이 봉쇄된 상황이다.

결국 아이비의 전 소속사의 일부 연예인과 스태프가 현 소속사로 옮겨왔지만, ‘과거 소속사’ 이유로 애꿎은 아이비가 피해를 입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강호동, 유재석, 고현정 등 아이비 현 소속사의 다른 연예인들은 지상파 3사의 예능프로그램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종횡무진하고 있어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지상파 측이 과거 소속사 문제로 아이비의 방송출연을 금지시킨다면, 같은 소속 연예인인 강호동, 유재석 등도 불이익을 당해야 하지만 이들은 지상파 3사 주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모두 메인 MC로 활발히 활동중이다. 오히려 이들을 두고 ‘모시기 경쟁’까지 벌이는 상황이다.

이번 아이비의 사례 이전에도 방송사의 ‘괘씸죄’ 혹은 방송사와 기획사 간의 기싸움으로 인해 특정 기획사의 연예인들을 특정 방송사에는 볼 수 없었던 일이 있었다.

2007년 말 SM 엔터테인먼트 소속 슈퍼주니어의 일부 멤버가 MBC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다 SBS의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으로 옮겨가면서, SM 소속 가수들이 한동안 MBC에 출연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빅뱅의 지드래곤이 KBS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을 번복했다는 이유로 YG 엔터테인먼트 소속가수들의 음악이 보이콧되기도 했다.

요즘 같은 다매체 시대에 지상파의 출연이 가수들의 활동에 큰 지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간 방송과 연예기획사가 대중문화의 발전을 위해 상생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어느 일방의 극단적인 지배나, 스타권력 혹은 방송권력 등의 ‘권력남용’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방송사간 경쟁 그리고 방송사와 연예기획사간의 기싸움으로 시청자들의 ‘보편적 시청권’을 빼앗는 일도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퍼포먼스형 가수인 아이비가 방송의존 없이 순수하게 음악만으로 온라인 음악차트에서 선전하고 있다. 현재 아이비는 반쪽 방송활동에도 불구하고 컴백과 동시에 네이버뮤직의 아티스트 검색순위는 1위에 올라있고, 타이틀곡 ‘터치 미’와 발라드 넘버 ‘눈물아 안녕’은 나란히 5위권 순위에 올랐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지상파 음악방송을 통해 아이비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볼 수 없다.

디초콜릿E&TF 관계자는 “아이비는 강렬한 퍼포먼스가 장점이다. 그런데 주변의 환경들로 인해 지상파 방송출현을 못하고 있어 회사의 입장으로선 굉장히 안타까울 따름이다. 제발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많은 시청자들에게 전해질 수 있길 기대한다. 더불어, 이번 지상파의 이해하기 힘든 출연기준 잣대와 음악성으로 평가 받고 무대에 설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밝혔다.

스포츠동아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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