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같은 후배’와 한무대 이 악물고 뛰는 이유…우리를 꿈꾸는 ‘후배’를 위해!

입력 2009-1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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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상자. 스포츠동아DB

데뷔 12주년 유리상자 장수 비결
“딸 같은 어린 후배들 틈에서 우리도 어색하고 불편하죠. 그래도 우리를 보고 있을 후배들을 생각하며 열심히 할 겁니다.”

남성듀오 유리상자(박승화·이세준·사진). 몇해째 어려운 음반시장 상황에서도 꾸준히 음반을 내고 공연을 하는 정공법으로 불황을 이겨나가는 대표적인 뮤지션들이다.

올해로 데뷔 12주년을 맞은 유리상자는 그동안 정규 앨범만 10장을 발표했다. 4월 미니앨범에 이어 19일 스페셜 앨범 ‘핸드 메이드’를 내면서 꾸준함을 보여주고 있다.

어린 소녀팬들의 뜨거운 환호나 누나팬들의 선물공세도 없지만, 이들은 기타소리는 ‘때가 되면’ 여전히 맑고 아름답게 울린다. 가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음악이 지닌 고유의 색깔을 지키면서 꾸준히 음반을 내고, 또 1년에 최소한 두 차례씩 장기공연을 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도 해야죠. 우리 같은 팀이 없어, 책임감도 생기고, 또 계속 부지런히 활동하다보면 사람들의 머리에 유리상자가 남겠지요.”(박승화·사진 왼쪽)

“지금 같은 환경에서는 우리처럼 활동하는 후배들이 더 나오기가 어려워요. 남성 듀오는 많지만, ‘제2의 유리상자’가 나오기는 힘들겠죠. 그래서 더욱 열심히 하게 됩니다. 선배들이 우리를 예뻐해 주시고, 대중이 반겨주는 것은 우리에게 ‘계속 그렇게 하라’고 격려하는 것이라 생각해요.”(이세준·사진 오른쪽)

이번 앨범은 디지털 싱글을 기획하다 CD를 바라는 팬들을 위해 스페셜 앨범으로 ‘발전’시켰다. ‘나쁜 사람’ ‘나나나’ 등 신곡 2곡에 기존 발표곡 중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노래와 멤버들이 아끼는 곡 등을 모아 10곡을 담았다. 타이틀곡 ‘나쁜 사람’은 작정하고 만든 슬픈 노래다.

“유리상자 노래는 밝고 맑고 건강하고 사랑을 이어주는 이미지 때문에 슬픈 노래도 하고 싶은데 못했어요. 이번에 음악의 범위를 넓혀보기 위해 작정하고 만들었죠.”(박승화)

1월 결혼한 이세준은 신혼의 달콤한 때문인지 전과 달리 슬픈 노랫말이 잘 써지지 않아 슬픈 영화, 책, 보면서 감상에 젖는 등 남다른 노력(?) 끝에 녹음 전날에야 겨우 다 썼다고 한다.

유리상자는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활동을 할 예정이다. 라이브가 필요한 곳이면 반주 테이프보다는 기타를 직접 들고 다니면서 “편하려고 했던 마음을 버리고, 아무 생각 없이 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활동하겠다고 했다.

“10여년 음악하면서 후배들에 비친 ‘선배 유리상자의 모습은 어떨까’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도 저들처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선배가 돼야겠단 생각을 하게 됩니다.”(이세준)

그래도 요즘 같은 아이돌 그룹, 특히 걸그룹이 ‘대세’가 된 음악방송 환경에서는 출연이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다.

“매니저들은 강하게 요구하지만, 사실 주말 음악 프로그램에 나가기가 어색하고 불편하죠. 과연 우리가 그 프로그램에 도움이 될까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오랫동안 활동하는 선배’라는 인식을 주는 것도 큰 의미라 생각해서 조금씩 하기로 했어요. 또 이승철 같은 선배들이 열심히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초심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매니저가 시키면 군말 없이 합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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