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vs 신태용 “우애는 접었다”

입력 2009-1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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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전남 감독-신태용 성남 감독. 스포츠동아 DB

美월드컵 인연 호형호제 하는 사이
“그라운드선 양보없다” 명승부 각오

2009년 ‘매직’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K리그 챔피언십 6강 플레이오프(PO) 미디어데이에 참석했던 전남 드래곤즈 박항서(50) 감독과 성남 일화 신태용(39) 감독은 ‘우승’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면서 박 감독은 준PO에서 만나고 싶은 상대로 인천 유나이티드를 꼽았다. 그러자 신 감독은 “배신감 팍 느껴지네”라고 말한 뒤 전남 대신 서울을 선택했다. 신 감독은 “사실 전남하고 붙으면 까다롭다”며 선배에 대한 예우를 지켰다. 평소 ‘형, 동생’하는 두 감독이 준PO에서 서로 맞붙기를 원치 않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두 감독은 운명의 대결을 펼친다. 전남과 성남은 6강 PO에서 나란히 승리하며 25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PO 진출권을 놓고 양보할 수 없는 한판 대결을 벌인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감독은 6강 PO에서부터 5경기를 내리 이겨 기적같은 우승을 이루어낸 ‘파리아스 매직’(2007년)의 신화에 도전할 기회를 갖게 된다. 아울러 마지막 남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얻게 되는 것도 엄청난 소득이다.

사실 두 감독은 단 한번도 같은 팀에서 뛴 경험이 없다. 나이차가 적지 않은 까닭에 같은 시기에 그라운드에서 만난 것도 드물다. 둘이 한솥밥을 먹게 된 것은 94년 미국월드컵을 준비하는 단계에서였다. 박 감독은 트레이너로, 신 감독은 선수로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다. 한 때는 스승과 제자였다. 하지만 신 감독은 최종엔트리에서 발탁되지 못해 미국까지는 함께 가지 못했다. 그러나 워낙 성격이 좋은 신 감독이 나이차가 많은 박 감독에게 살갑게 다가왔고, 둘은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다.

이번 시즌에도 치열한 순위다툼을 하면서도 자주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챙겨왔다. 특히 FA컵을 앞두고는 박 감독이 신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우승을 기원해줬다. 박 감독은 “그렇게 응원했는데 신 감독이 우승을 못했다. 성남이 FA컵에서 우승했으면 준PO에서 져도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있는데 이제는 그 한 장을 놓고 경쟁하게 됐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미디어데이 때 내가 인천을 꼽아 살짝 삐져있던데 만나면 사과부터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절대 양보가 없다는 것을 신 감독도 잘 알고 있다”며 “좋은 경기를 통해 명승부를 연출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용인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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