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 사이영상의 진화…다승보다 WHIP

입력 2009-11-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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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내셔널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1루수 앨버트 푸홀스가 25일(한국시간) 만장일치로 최우수선수(MVP)가 되면서 2009년 메이저리그 부문별 시상식은 모두 끝났다. 양 리그 MVP는 예상대로 조 마우어(미네소타 트윈스·아메리칸리그)와 푸홀스에게 돌아갔다.

올해 부문별 시상에서 다소나마 이변으로 간주된 부문은 투수 최고의 영예인 사이영상이었다. 내셔널리그에서는 팀 린스컴(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잭 그레인키(캔자스시티 로열스)가 수상했다. MVP는 개인 성적도 고려하지만 팀 성적이 중요한 잣대가 된다. 그러나 사이영상은 팀 성적과 무관하다. 투수 개인의 성적이 절대적이다.

그동안 사이영상 수상자 선정에는 다승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올해 두 수상자를 보면 다승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탈삼진과 방어율은 예나 지금이나 사이영상의 중요한 척도다. 1968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데니 매클레인이 거둔 승수는 31승이다. 올해 린스컴과 그레인키의 합작 승수가 맥클레인의 31승과 같다. 린스컴은 15승, 그레인키는 16승이다. 방어율에서는 그레인키가 2.16으로 메이저리그 1위, 린스컴이 2.48로 3위다.

올해는 양 리그에서 20승 투수가 배출되지 않았다. 19승이 최다였다. 예전 같았으면 아메리칸리그는 시애틀 매리너스의 펠릭스 에르난데스, 내셔널리그는 세인트루이스의 애덤 웨인라이트(이상 19승)의 사이영상 수상이 유력했다. 이들은 다승뿐 아니라 다른 기록도 전반적으로 좋다.

그러나 올해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는 다승보다 WHIP(이닝당 허용하는 안타와 볼넷의 비율)와 FIP(팀 수비능력과 연계된 방어율)를 더 고려했다. 린스컴은 WHIP가 1.047로 메이저리그 4위, 그레인키는 1.073으로 6위다. FIP는 ‘Fielding Independent Pitching’으로 기록전문가들은 ‘Defense Independent Pitching Statistics’와 ‘Defense Independent ERA’로 발전시켰다. 투수의 피칭이 홈런, 삼진, 볼넷, 사구와 얼마나 영향이 있는지를 세분화시키는 새로운 개념이다. 최근에는 플라이볼 퍼센티지, 그라운드볼 퍼센티지까지를 포함시키고 있다. DIPS보다 발전시킨 게 dERA(Defense Independent ERA)다.

사실 투수의 WHIP 기록도 최근에 활성화됐다. 예전에는 피안타율을 따졌다. 그러나 WHIP가 투수의 방어율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탓에 피안타율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 선발투수의 또 하나의 능력인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의 투구)도 1985년 필라델피아 인콰이러의 기자가 고안해낸 기록이다. 이제는 승패보다 QS로 선발투수의 능력을 측정하고 있다. 승패에는 운이 작용하지만 QS는 투수의 진짜 실력이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의 기록은 꾸준히 진화되고 있다.

LA|문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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