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9’ 기자에세이] 누리꾼 ‘마녀 사냥’에 멍 든 재범·빽가…

입력 2009-12-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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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범, 빽가. 스포츠동아DB

미처 못 다 쓴 이야기 ③
2009년은 온라인 여론의 무서움을 실감한 한해였다. 단편적인 결과나 현상만 보고 지레 짐작한 누리꾼들의 의견들, 혹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마치 사실인 양 받아들여져서 마녀사냥식 ‘묻지마 비난’에 희생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뇌종양으로 투병중인 빽가는 6월 초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됐던 이른바 ‘청담동 클럽사진’에서 자신과 비슷한 스타일의 남자 때문에 누리꾼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험한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는 아니라고 언론과 인터뷰를 해도 “기자를 매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진 속 실제 당사자가 자신임을 밝혀도 “다른 사람을 샀다”는 억측을 받아야 했다. 그는 그 사건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인터넷의 무서움을 실감했다”고 ‘소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남성그룹 2PM 재범도 ‘묻지마 비난’의 희생양이 됐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그가 한국에 와서 적응하는 과정에서 친구와 나눈 사적인 대화가 한국과 한국인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매국노’ 수준의 비난을 받고 쫓겨나듯 떠났다. 그가 당시 그런 말을 했던 배경에서 문제가 됐던 단어의 일상적인 의미, 미국 청소년들의 언어습관 등은 간과한 채 특정 단어의 사전적 의미에만 집착해 생긴 ‘비극’이었다.

새 음반이 발표되기 전에 온라인에 음원이 불법적으로 유출되는 ‘음원유출’ 사태를 무조건 음반기획사의 홍보전략으로 보는 시각은 마찬가지다.

재미삼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비난하는 입장에서는 ‘아니면 말고’이다. 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치명적이다.

어떤 현상에 대해 사실이 왜곡되거나 선동적인 소수 의견에 여론이 일방적으로 치우치면 기자의 입장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 다른 시각, 다른 관점도 있다는 것을 알리는 기사를 쓰게 된다. 하지만 군중심리에 휩쓸린 누리꾼들의 ‘폭풍 같은’ 쏠림은 그 어떤 기사로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몇 차례 실감했다.

인터넷은 무수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수천만 명의 누리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는 공간이지만 익명성을 올바르지 못하게 즐기는 일부에 의해 무서운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 새해에는 비난에만 매몰된 일방적 여론에 휩쓸려 선량한 스타가 피해를 입는 일이 없기를 소망한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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