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영 “부활의 힘은 가족”

입력 2010-01-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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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동부 윤호영. [스포츠동아 DB]

2008년 동부 입단후 벤치멤버 전락
“아내-아들에 미안” 독기품고 맹훈련
확 달라진 올시즌 팀6연승 주역변신
‘남자라는 이름이 남편이 되고, 또 아버지가 되는 순간 그 무게감은 더 해진다’고들 한다. “오기가 없다”는 꼬리표를 달았던 원주 동부 윤호영(26·사진)도 마찬가지다.

2008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동부 유니폼을 입은 윤호영은 ‘리틀 김주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08∼2009시즌에는 평균출전시간을 20분도 채우지 못했다.

윤호영은 “아직 내 실력이 미치지 못하는데 고평가를 받아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지도자에게 혼이라도 나면, 더 주눅이 들었다. 본인의 표현대로 “코트 안에서 겉돌 수밖에 없었다.”

2008년 평생의 인연을 맺은 아내와 이제 15개월이 된 아들. 하지만 프로선수라는 직업 때문에 보고 싶어도 먼 가족이었다. “TV중계에서라도 제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벤치에 앉아 있는 경우가 많으니 아내에게도 면목이 없었어요.” 그렇게 한 시즌이 흘렀다.

프로데뷔 이후, 사라져 간 무수한 선수들. 아내와 아기를 위해서라도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었다. 때마침 외국인선수규정도 1명 출전으로 바뀌었고, 강동희(44) 감독도 부임했다. “이 기회를 꼭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2009년의 여름. 죽기 살기로 뛰어다니다 보니, 왜 그간 사람들이 “넌 독기가 없다”고 얘기했는지를 어렴풋이 깨달았다. 시나브로 코트 안에서 내가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가 보였다. 김주성(31)에게 협력수비가 들어가는 순간, 골밑으로 뛰어드는 컷인플레이는 올 시즌 윤호영의 주 공격옵션. “넌 더 잘 할 수 있다”는 강 감독의 칭찬도 풀 죽어있는 그의 자존심을 살렸다.

2009∼2010시즌. 윤호영은 30분 가까이 코트를 누비며 8.5점, 4.5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동부의 최근 6연승 과정에서는 경기당 11.7점에 5.8리바운드.

강동희 감독은 “주득점원인 마퀸 챈들러와 김주성 이외에 윤호영까지 득점에 가세하면서 경기 운영이 수월해지고 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코트 안에서뿐만 아니라, 이제 가정에서도 기를 펴는 가장(家長). 윤호영은 “농구가 잘 풀리니 요즘은 가족생각만 해도 흐뭇하다”면서 “지난 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아쉬움을 씻겠다”며 웃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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