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Q 뮤지컬 스타마케팅 득과실] 별이 뜬 무대 덫인가? 닻인가?

입력 2010-01-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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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계 스타들의 뮤지컬 진출이 크게 늘고 있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다.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주연을 맡아 열연하고 있는 동방신기의 시아준수.(왼쪽) 사진제공|EMK

연예계 스타 홍보에 최고뮤지컬 천하의 일등 공신높은 개런티 ‘거품’ 불러
대한민국 공연계는 뮤지컬 천하가 된 지 오래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거품론을 비웃기라도 하듯 2010년에도 어김없이 뮤지컬 풍작이 예고되고 있다.

한국 뮤지컬 성공의 양대 버팀목은 해외 대작의 내한 러시, 그리고 스타 마케팅이다. 그 중에서도 스타 마케팅, 즉 연예계 인기 스타들의 뮤지컬 참여는 폭발적인 관객몰이를 하며 뮤지컬 붐을 이끌었다.

국내 뮤지컬계에 스타 마케팅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시기는 대략 1990년대 후반쯤으로 보면 된다. 신시컴퍼니에서 가수 박영미를 ‘더 라이프(1998)’, 탤런트 박상아를 ‘사운드오브뮤직(1996)’에 캐스팅하면서 첫 불씨를 당겼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연예인들의 뮤지컬 진출이 본격화됐다. 그러나 이러한 스타 마케팅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한국 뮤지컬 붐을 앞장 서 조성한 신시컴퍼니의 박명성(47) 대표 겸 프로듀서도 그 중 한 명이다.

작품을 전체적으로 조율하고 책임져야 하는 프로듀서에게 스타 마케팅은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작품 인지도를 손쉽게 높일 수 있고, 홍보 마케팅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낙하산’을 타고 들어온 스타가 의외로 열심히 할 경우 기존 배우들에게도 자성의 계기가 된다. 실제로 아예 뮤지컬 무대에 연착륙한 연예인들도 많다. 옥주현, 바다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문제는 작품에 대한 애정도 없이 그저 ‘바람이나 쐬 볼까’하는 마음으로 왔을 때이다. 무대를 소중히 하는 마음이 없이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여긴다면 캐스팅하는 쪽이나 스타 본인에게나 기다리는 건 실패뿐이다. 게다가 스타 연예인들은 개런티가 높다. 무대를 고집스레 지켜 온 배우들에게는 자괴감이 느껴질 법도 하다.

스타들의 고액 개런티는 뮤지컬 시장을 흔들어 버렸다. 국내 뮤지컬 컴퍼니들간의 지나친 경쟁으로 급등한 해외 작품 라이선스 비용과 함께 뮤지컬 시장에 거품을 만든 ‘주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스타 마케팅이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작품의 완성도보다 흥행을 먼저 생각하는 기획사, 프로듀서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거품을 우려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거품은 쉽게 빠지지 않을 것이다.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는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을 연간 1000억∼15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그런데 시장에 비해 작품 수가 너무 많다. (스타를 내세워) 뮤지컬을 올리면 외부 투자를 받을 수 있고, 그래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위험수위에 올랐다.”라고 말했다.

스타 연예인이 출연한다고 해서 무조건 흥행을 보장받는 것도 아니다. 무대에 오른 10편의 작품 중에 중 3편 정도가 그나마 성공작이라고 평가받는다.

여기서 궁금증 하나. 그럼 스타 마케팅의 핵심인 연예인 스타들은 개런티를 얼마나 받을까. 초특급 스타는 출연 회 당 1000만원 가까이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웬만큼 지명도가 있는 경우는 300만∼500만원 수준. 인기도가 검증이 안됐으면 150만∼200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CF, 영화출연료로 몇억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그리 많아 보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순수 뮤지컬 배우들에 비해서는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다. 배우들 중 가장 적게 받는 사람은 주연 뒤에서 춤을 추는 앙상블. 경력이 없는 초짜는 10만∼20만원부터 시작한다.

최근 한 뮤지컬에 출연한 아이돌 스타가 ‘회당 수천만원의 개런티를 받았네’, ‘통틀어 수억원을 받았네’하는 소문이 돌아 화제가 된 일이 있다. 워낙 고정 팬이 많은 스타라 티켓은 오픈하자마자 순식간에 동이 났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 사람들은 입맛이 쓰다. 그저 그를 보기 위해 수천 석 규모의 대극장을 꽉 메운 관중들이 앞으로도 계속 뮤지컬 팬으로 남아주길 희망할 뿐이다.

박명성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이라고 했다. 적어도 뮤지컬 호황이 5년은 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바야흐로 한국 뮤지컬의 과도기이다. 과도기에는 비로소 옥석이 가려진다. 관객의 눈높이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연예인의 뮤지컬 진출은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관객의 눈은 분명 요석과 버림돌을 가려낼 것이다.

스타 마케팅은 치명적인 유혹이자 덫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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