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Q|걸그룹신드롬의모든것] 삼촌들은 왜 ‘소녀’에 빠졌을까? 그저 바라만 봐도 힘이 난다는데…

입력 2010-01-29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세대를 초월해 인기를 얻고 있는 걸그룹. 신곡 ‘오!’를 발표하고 다시 한번 돌풍을 예고하고 있는 소녀시대(위 사진)를 시작으로 카라(아래 왼쪽) 브라운아이드걸스 등은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줄 최고의 대체재였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스포츠동아DB

□ 걸 그룹 신드롬 그 뒤를 따라가보니…
삼성경제연구소 ‘2009년 히트 상품’
“반복 멜로디 ‘후크송’ 쉽게 기억 시건방춤 등도
배우기 쉬워 인기 지친 중장년층엔 안식처 역할도”
S.E.S와 핑클, 그리고 소녀시대와 투애니원, 브라운아이드걸스….’

이들의 공통점은? 물론 ‘걸(Girl)그룹’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미모? 미의 기준이 저마다 다르니 단언할 수 없다. 실력? 그 역시 기준이 각기 다를 수밖에.

그러면 이들이 모두 경기 불황의 시대에 자신들의 주가를 높인 걸 그룹들이라면 어떨까. 생각해보라. 어둡고 힘겨웠던 ‘IMF 시대’에 S.E.S와 핑클 등은 ‘요정’의 이미지로 팬들의 고단함을 달랬다. 발랄하고 귀여운 그래서 더욱 사랑스러운 신세대의 모습으로 사랑받았다.

그로부터 10년 뒤 또 다시 ‘소녀’들의 시대가 왔다. 소녀시대를 비롯해 투애니원, 카라, 브라운아이드걸스, 애프터스쿨 등 많은 걸그룹이 맹활약하고 있다. 최근 여러 팀이 다음 활동을 예고하며 잠시 휴식 중이지만 이들은 여전히 시대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되새김질 되고 있다. 28일 새 앨범 “오!”를 내놓으면서 순식간에 대중을 사로잡은 소녀시대는 걸 그룹의 또 다른 폭발력을 예고하고 있다.


○불황, 소녀들의 시대를 열다

걸 그룹의 폭발력은 지난해 많은 이들이 실감을 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2009년 10대 히트상품’에서 걸 그룹은 당당히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와 누리꾼 등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와 각종 수치 및 지표 등을 근거로 히트상품을 선정한 삼성경제연구소는 “10대 소녀들로 구성된 걸 그룹이 2009년 각종 차트에서 인기를 독차지했다”면서 “전 국민을 매혹시킨 이들이 ‘김연아’(3위), ‘선덕여왕’(6위)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삼성경제연구소는 ‘2009년 10대 히트상품’ 보고서에서 걸그룹에 대해 눈에 띄는 분석을 내놓았다. “경기불황으로 위축된 대중의 소비심리나 스트레스를 풀어줄 수 있는 부담 없는 문화상품”이란 것이다. 보고서는 “원조 걸 그룹인 S.E.S, 핑클, 베이비복스 등도 외환위기를 전후로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스타로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삼성경제연구소 강민형 수석연구원은 “불황과 맞물려 경제적, 사회적으로 위축된 분위기에서 (고단함을) 위로해줄 어떤 것, 저렴하게 소비할 수 있는 대체재가 필요했다”면서 “그 하나가 걸 그룹이었다”고 설명했다. 강 수석연구원은 이어 “예전엔 단기간에 하나의 콘셉트를 내세운 그룹들이 주류였다”면서 “이젠 공급 시스템이 갖춰졌고 이를 운용하는 기획사 규모도 커졌다. 이를 통해 다양한 이미지의 그룹들을 내세워 수요를 자극한다”고 말했다.

강 수석연구원은 대표적인 사례로 소녀시대를 꼽았다. 소녀시대는 각 멤버별 캐릭터를 잘 구축한 뒤 이를 다른 영역의 활동으로 연결시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했다. 그는 “(수익 창출의)안전한 방법이고 멤버들로서도 장기 활동이 가능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기획사는 이로써 리스크를 원활하게 관리하게 된다.

걸 그룹의 이 같은 인기를 가능케 한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후크송’이다. ‘후크송’은 “반복을 통해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단순한 멜로디”와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시건방춤’과 카라의 ‘엉덩이춤’ 등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동작의 춤”으로 설명된다. 이에 대해 강 수석연구원은 “춤에 붙는 이름은 누구나 쉽게 소비할 수 있는 문턱이 낮아졌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특히 “CD 등 오프라인 음반 유통구조가 무너지고 음원 디지털화가 이뤄진 상황에서 짧고 바로 들어 기억할 수 있게 하는 멜로디”의 힘이 컸다는 설명이다.

○‘삼촌부대’의 탄생, 그 문화심리학

불황의 시대, 걸 그룹의 인기는 팬층도 넓혔다.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는 걸 그룹이 “10대 중심 팬층의 한계를 뚫고 중장년 등 전 연령대의 팬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과거 X세대라 불리며 문화적 풍요를 누린 30대 남성들이 자신의 취향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며 ‘오빠부대’와는 구분되는 ‘삼촌부대’를 탄생시켰다.

강 수석연구원은 이런 세대의 벽을 깬 첫 팀으로 원더걸스를 꼽았다. 2007년 10대 히트상품 8위에 오르기도 한 원더걸스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는 “중독성이 강하고, 쉽고 흥겨운 텔미 댄스”와 “멤버들의 여동생 같은 친근한 모습”이 “1980년대 10대 시절을 보낸 30, 40대를 팬으로 흡수하며 어필했다”고 평가했다.

강 수석연구원은 원더걸스가 “중장년층 팬들이 ‘나도 좋아한다’고 적극적으로 얘기할 수 있도록 해줬다”면서 ‘삼촌부대’의 의미에 대해 “걸 그룹 멤버들을 이성(異性)의 시각으로 보기엔 부담스러우니 ‘삼촌’이라는 가족의 개념을 내건 안전장치”라고 분석했다. 또 “구매력을 지닌 30, 40대 남성들이 자신들의 기존 유흥에 쏟는 비용보다 저렴하게 문화상품을 누리게 됐다”고 말했다. 중장년 남성들의 여가와 문화를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김정운 명지대 교수는 ‘삼촌부대’에 대해 “(이들의) 쫓기고 코너에 몰린다는 불안감”에서 그 배경을 찾는다.

김 교수는 걸 그룹에 대해 “아저씨들이 여성성에 대해 솔직하게 논할 수 있는 영역이 박탈된 상황에서 편안한 안식처 혹은 정서적 안정감을 찾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걸 그룹이 (남성들이) 섹슈얼리티에 대한 감성을 적절히 감추면서도 ‘귀엽다’는 ‘미명’ 아래 이를 또 적절하게 소비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걸 그룹은 누구?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소녀들로 구성된, 노래와 댄스 위주의 그룹”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걸그룹에 대해 내린 정의다. 이 한 마디는 단순하지만 모든 것을 함축한다. 어린 듯 젊은 나이, ‘소녀’라는 말이 가져다 주는 묘한 어감과 느낌, ‘노래와 댄스 위주’라는 대중가요의 가장 대표적인 트렌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소녀시대와 카라, 브라운아이드걸스, 투애니원 등 10여개 그룹을 통칭 ‘걸 그룹’으로 부른다. 어떤 이는 1960년대 은방울자매로부터 1970년대 바니걸스, 김시스터즈, 펄시스터즈 등이 그 ‘원조’라고 말하지만 모두 20대였다는 점에서 현재 10대가 중심이 된 걸그룹 과는 구별된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