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준 화제성과 놀라움 면에서 한국 연예계 역대 최고의 스타커플로 꼽히는 신성일 엄앵란 부부. 스포츠동아DB
□ 세기의 스타커플 되돌아보기
1964년 11월14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 호텔. 수많은 군중이 몰려들었다. 이윽고 이들의 입에서 기쁨과 설렘, 안타까움이 뒤섞인 환호와 탄성이 쏟아졌다. 당대의 톱스타 신성일·엄앵란 커플이 결혼식을 올린 것이다. 영화 ‘로맨스빠빠’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함께 주연을 맡은 ‘맨발의 청춘’이 상징하듯 그 시대 최고의 청춘 스타이자 대중의 로망이었다. 이들의 결혼은 말 그대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사건’ 그 자체였다.그 전인 1953년에는 신상옥 감독과 당대 최고의 여배우인 최은희가 결혼했다. 1950년대 말에는 또 다른 톱스타 김진규가 여배우 이민자와 결혼했다가 이혼한 뒤, 역시 여배우 김보애와 결혼하기도 했다. 하지만 화제와 ‘충격’면에서 신성일·엄앵란처럼 스타 커플의 대명사로 지금까지 회자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1970년대에도 이들의 뒤를 잇는 스타 커플이 있었다. 1960년대 말 강부자·이묵원, 1970년 최불암·김민자 커플을 비롯해 나훈아·김지미, 윤정희와 피아니스트 백건우, 가수 옥희와 복서 홍수환, 조영남·윤여정 커플 등이 대중의 시샘과 부러움 속에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1980년 축구 스타 허정무(현 월드컵 대표팀 감독)와 방송인 최미나, 가수 최백호·김자옥 커플이 큰 화제를 모았고 이어 또 다른 스타 커플의 시대가 열렸다. 이후 김영철·이문희, 이영하·선우은숙, 농구스타 이충희·최란, 김동현·혜은이, 전영록·이미영 커플 등이 1980년대 대표적인 스타 커플로 꼽힌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스타들은 자신들의 연애에 조심스러웠다. 숱한 루머와 소문이 결국 자신들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고 대중은 호기심 가득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감추지도 않았다. 이들 커플들은 그런 세간의 시선을 뛰어넘어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물론 이후 몇몇 부부는 결별을 선택해 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지만 여전히 스타 커플의 계보에서 이름을 차지한다.
1990년대 이후 스타들은 대중의 시선이 확대 및 변화하고 연예인의 위상도 더욱 높아지면서 좀 더 자유롭게 이성과 교제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스타 커플의 수도 급격히 늘어났고 대중 역시 이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손지창·오연수, 최수종·하희라, 이재룡·유호정, 원미경과 드라마 ‘애인’의 이창순 PD, 차인표·신애라 커플 등은 신성일·엄앵란 커플 못잖은 화제를 모으며 결혼에 골인했다.
그리고 2000년대, 김지호·김호진을 비롯해 김승우·김남주, 한가인·연정훈, 권상우·손태영 커플 등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숱한 청춘 스타들이 만남과 결별 사이를 오가며 로맨스를 키워오는 가운데 지금은 장동건·고소영, 김혜수·유해진 등 화제의 커플 계보를 잇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