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박중훈 나의 사랑 나의 영화] 하류 건달인생, 이번에도 딱일거야

입력 2010-05-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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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동안 40편….’ 
박중훈은 요리마다 맛이 다르듯이 그가 출연한 영화마다 의미와 재미가 다르다고 했다. 그는 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도 “이 정도면 부끄럽지 않은 영화”라며 자신했다.

‘25년 동안 40편….’
박중훈은 요리마다 맛이 다르듯이 그가 출연한 영화마다 의미와 재미가 다르다고 했다. 그는 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도 “이 정도면 부끄럽지 않은 영화”라며 자신했다.

“어떻게 지냈어요?”

톱스타 박중훈이 자리에 앉자마자 안부를 물어왔다.

“그냥 저냥…, 우물우물…, 쩝! 쩝!”

달리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해 우물거리자 그는 “허! 참! 긍정의 미학을 가져봐요”라며 웃었다. 다소 피곤해 보였지만 특유의 환한 웃음은 여전했다.

5월의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 전날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영화이자 자신의 40번째 작품 ‘달빛 길어올리기’의 촬영을 마치고 소주에 삼겹살을 구우며 조촐한 술자리를 가졌다고 했다.

“만취해서 귀가했다”고 하는데 숙취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1986년 ‘깜보’로부터 출발해 25년 동안 결승점 없는 마라톤을 뛴 그는 그 날도 양재천변을 시속 10km의 속도로 뛰며 숙취를 털어냈을 터였다.

그 긴 마라톤의 어느 한 지점에서 박중훈은 39번째 작품을 만났다. 20일 개봉하는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감독 김광식·제작 JK필름)이 그 무대다.



관객으로서는 오랜 만에 ‘건달’ 박중훈을 만나게 됐고 몇 차례의 시사를 거쳐 영화에 대한 평판도 나쁘지 않으니, 그로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말할 만하다.

영화에 출연한 계기를 묻는 것에서 인터뷰는 시작됐다.

“라면도 먹고 풀코스 프랑스 요리도 먹는 것 아니냐. 요리마다 맛이 다르다. 영화란, 의미와 재미를 함께 지향하기 마련이다. ‘내 깡패 같은 애인’은 분명 내게 의미가 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소기의 목적이란 뭘까.

“‘만든 사람이 의미와 재미를 모두 따냈다’고 말하기엔 좀 그렇지만…. 그건 관객의 몫이고 내겐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새 영화 개봉을 앞두고) 항상 불안하지만 이 정도면 부끄럽지 않은 영화일 거다.”


- 여전히 불안함을 느끼나.

“물론, 뭘 갖지 못해 안달하는 불안은 아니다. 그런 시기는 지났다. 적확한 표현을 쓰자면, 조심스럽고 더 겸허해지자는 거다. 김연아 선수도 밴쿠버 올림픽을 앞두고 불안하지 않았을까.”


- 전작인 ‘해운대’를 통해 알게 된 것이 있다고 말해왔다.

“무기력한 캐릭터를 관객은 원하지 않는다는 거다. 날 통해 그런 무기력함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하나하나에 동요하지는 않는다. (관객 반응에)초월하지 않을 수 없지만 연연해하지도 않는다.”


-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건가.

“그것과는 좀 다르다.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다. 그건 감정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다만, 일희일비의 낙폭이 크지 않다는 말이다.”


- 오랜 만에 건달 이미지역이다. 어떤 면에서는 1994년 ‘게임의 법칙’ 이후 본격적인(?) 건달이다.

“그런가?! 깡패든, 깡패 같든, 모두 깡패로 보이는 걸 거다. 내 입장에서는 깡패 같은 형사와 그것과 뭐가 다르겠나. 관객이 내게 가진 이미지가 그릇된 정보로 인한 것이라면 수정할 필요가 있지만, 관객이 생각하는 이미지를 무시해서도 안될 것 같다. 그 동안 거친 캐릭터가 많았다. 20, 30대에 쌓은 이미지, 단순히 코미디가 아니더라도 동적이고 임팩트가 강한, 에너지가 많은 이미지였다. 그래서 ‘해운대’의 경우 좀 낯설지 않았나 싶다. 아마 ‘해운대’의 지질학 박사와 ‘내 깡패 같은 애인’의 삼류 깡패를 놓고 보면 누가 연기해도 관객은 후자를 좋아할 거다. 관객은 기본적으로 자신을 주변인으로 생각한다. 루저이거나 하자가 있는 인생이 영화의 주인공이 되곤 한다. 관객의 감정이입이 쉽기 때문이다.”


- 당신의 트위터를 들여다보니 운동에 관한 얘기가 많더라.

“배우는 항상 에너지가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생기가 돌고, 잘 다듬어진 몸이 감정 표현에 용이하다. 물론 젊게 살고 싶은 생각도 있고. 과식은 하지 않고 저녁식사 약속은 이른 시간에 잡는 편이다. 약간의 노력으로 큰 효과를 얻고 있다. 커피, 담배는 하지 않는다. 술을 마시려고 별로 댕기지 않는, 해로운 것들은 하지 않는다. 20년 넘게 운동해왔다.”


- 20년? 그걸 몰랐네. 좀 알려주지 그랬나.

“하하! 그걸 내가 왜 부러 알려야 하나. 그럴 필요가 뭐가 있나? 스크린에서 보이는 내 모습에 다 담겨 있는데. 그리고 내 걸 전부 보여주면 어쩌나. 조금씩 보이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


- 말이 나온 김에 트위터엔 왜 빠져들었나.

“많은 사람과 필터링이 없는 얘길 나누고 그들의 이야길 듣고 싶었다. 그러려면 먼저 내 마음을 열어야 했다. 일상에 관해 말하기도 하고 운동 이야기도 나오는 거다. 매일 아침 40분, 오후 2시간 30분 동안 운동을 하는데 오늘은 아침 8시부터 양재천변을 뛰었다. 어제 소주를 좀 마셨더니 입에서 단내가 나더라. 운동이 왜 좋은지 아나? 그건 나와 한 약속을 지키려는 거다. 세상 어려운 게 자기와의 약속을 지키는 거다. 왜? 나만 눈감으면 타협하기 쉬우니까. 나와의 약속은 항상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거다. 양재천변을 뛰면서 나와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는데 ‘하늘도 보고 날 저버리지 않겠지’ 생각한다. 우리 같은 프리랜서들은 스스로 채찍질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 그런 배우들도 많다.

“그것 봐라. 배우는 촬영할 땐 누구나 시즌이다. 모두 열심히 하니까. 하지만 배우로서 진정한 승부는 동계훈련에서 이뤄진다. 어떤 생각으로 어떤 훈련을 하느냐에 달렸다. 그래서 외로운 직업이다.”


박중훈은 이제 ‘동계훈련’에 막 접어들게 됐다. 그가 내밀 승부의 패는 또 무엇일까. 25년 세월에 39편의 작품으로 관객과 만난 그는 여전히 끊임없는 소통의 손을 내밀며 열심히 내달리고 있다. 인터뷰를 마친 다음 날 늦은 밤 박중훈이 푹 잠긴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신작 개봉을 앞두고 이어진 인터뷰 탓이었다. 그는 “집에 들어가는 길이다. 그냥 쓰러질 것 같다”면서 “당신의 인터뷰 기사로 더 많은 관객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며 설레는 웃음을 전해왔다.


● 박중훈은?

1966년 3월22일 서울 출생.
1981년 용산고 입학, 연극부 활동. 배우가 되기로 결심.
중앙대 연극영화과 졸업 후 1992년 미국 뉴욕대 연극학 석사.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 수상.
이후 ‘칠수와 만수’ ‘우묵배미의 사랑’ ‘그들도 우리처럼’ ‘나의 사랑 나의 신부’ ‘투캅스’ ‘게임의 법칙’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황산벌’ ‘라디오 스타’ ‘해운대’ ‘내 깡패 같은 애인’ 등 40편 출연.
1998년 할리우드 영화 ‘아메리칸 드래곤’ 출연.
2002년 할리우드 영화 ‘찰리의 진실’ 출연.
1994년 ‘투캅스’로 대종상 및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등 20여회 수상.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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