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김태원의 네버엔딩스토리] ‘국민할매’ 김태원이 색안경을 고집하는 이유는?

입력 2010-05-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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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 “10대 부활 팬, 리얼예능의 선물”

한국 최고의 록 기타리스트 김태원과 여기자들이 함께 포즈를 취했다. 그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보다, 김태원은 기타를 들었을 때 진짜 폼이 나는 사람이다.




■ ‘국민할매’의 네버엔딩스토리

방송 노출 많아지니 팬층 젊어져

‘국민할매’ 상표등록 사실이냐고?
멤버끼리 ‘노후보장용 신청’ 농담
애칭과 별개로 쪽머리는 맘에 쏙


록 밴드 ‘부활’은 숱한 히트 곡으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지만, 밴드의 리더 김태원은 한 발자국 뒤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 그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신비의 베일을 한 꺼풀 벗고 ‘인간’ 김태원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은 몇 해 전부터다. 김태원은 ‘예능 늦둥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별명을 얻었고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 출연하면서 ‘국민 할매’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영화 보는 것을 너무 좋아하지만 혼자 영화관에 가지 못할 정도로 여전히 숫기가 없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많은 관심이 아직도 ‘얼얼’하다고 표현하는 남자. “‘국민 할매’는 평생 팬들에게 갚아야 할 은혜로운 별명”이라며 할매라는 별명도 아름답게(?) 표현할 줄 아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김태원을 스포츠동아 ‘여기자들의 수다’에 초대했다.
이정연 기자(이하 이 기자) : 예전에 비해 체중이 많이 준 것 같다. 부활 새 앨범 발표와 예능 활동으로 너무 무리하는 건 아닌가.


김태원 : 옛날에는 부은 거였고, 지금은 5킬로 정도 빠졌다. 지금이 딱 내가 좋아하는 몸이고 더 찌지 않게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팬들을 위한 매너라고 표현하고 싶다. 하하.
김민정 기자(이하 김 기자) : 좋아하던 술도 끊고 앨범과 방송에 매진했다고 들었다. 생활 패턴이 많아 달라졌나.

김태원 : 술을 끊은 지 8개월 정도 됐다. 이제야 정상적인 사람이 된 거다. 끊을 때가 되면 끊게 돼 있다. 그런데 술을 끊으면서 담배를 더 많이 핀다. 아직 담배는 끊을 때가 안됐다. 주변에서 예능에 완전히 적응했느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남자의 자격’은 준비해서 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촬영장에 도착하면 바로 시작이다. 나에게 많은 역할을 기대하지도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주면 되는 거다.

이 기자 : ‘국민할매’라는 별명을 상표로 등록했다는 말이 사실인가.

김태원 : (부활의 보컬 정동하를 흘깃 보더니) 농담과 진담을 구분하지 못하는 보컬의 착오로 일어난 해프닝이다. 우리끼리 농담 삼아 ‘국민 할매’를 상표로 등록하면 노후는 보장되지 않겠냐고 한 말을 듣고 보컬 정동하가 진짜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옆에 같이 앉아 있던 정동하가 민망한 듯 고개를 숙였다)
김 기자 : 확실히 김태원이 뜨면서 부활을 아는 10대들도 늘어났다.

김태원 : 이 한 몸 바쳐서 밴드 부활이 떴다. 기존에 30∼40대로 한정됐던 팬층이 위아래로 많이 늘어났다. 우리를 알아보는 10 대 팬들이 생겼다는 점이 예능 활동의 수확이라 할 수 있겠다. 방송의 힘이 이 정도일지 멤버들도 몰랐다.
이 기자 : 겉으로는 굉장히 무뚝뚝해 보이는데 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김태원 : 중학교 1학년짜리 딸이 있는데 음악을 좋아하고 싱어송 라이터로 재능이 보인다. 음악적인 면에서 나와 비슷하다. 외모마저도. 엄마와 나를 반반 닮았는데 묘하게 내 얼굴을 더 닮은 것 같다. 어렸을 적부터 음악하는 아빠를 보고 자라서인지 감이 다르다. 그래서 뮤지션으로 키워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김 기자 : 가정에서는 어떤 아빠일지 궁금하다.


김태원 : 막 철이 들기 시작한 아빠다. 아이를 낳는다고 당장 부모가, 아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철없이 살다가 이제야 부모가 되기 시작한 것 같다. 음악에 완벽을 추구하는 것 만큼 완벽한 아빠는 아니지만 자상하고 세심하긴 하다. 아이들과 아내를 위한 고민과 노력은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기자 : 무대에서든, 방송에서든 늘 색안경을 끼고 나온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김태원 : 고 박춘석 선생님께서 늘 색안경을 끼고 나오셨을 때 나도 이상하게 생각했다. ‘주무실 때도 끼고 주무실까’ 궁금하기도 했고. 그런데 그게 너무 멋있어 보여 나도 어느 순간부터 익숙해졌다. 색이 없는 안경을 쓰면 내 자신이 어색해 진다.
김 기자 : 색안경을 고집하니 수십개 있을 것 같다.

김태원 : 집에 5개 정도 있다. 쓰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많이 갖고 있지는 않다. 그게 다 욕심에서 비롯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기타리스트라 많은 기타를 집에 진열해 놨을 거라 생각하는데 사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타는 몇 안 된다. 기타가 많은 사람은 종일 기타를 닦느라 하루를 보낸다. 필요한 만큼만 가지는 게 순리다.
이 기자 : 애칭이 ‘할매’라서 그런가, 요즘에는 쪽진머리를 많이 하고 나오더라.

김태원 : 스스로 조금씩 변화를 주는 것 중의 하나이다. 장발을 고수하다가 요즘엔 두 번에 한번 꼴로 쪽머리를 하고 무대에 오르고 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유지할까 고민 중이다. 머리카락을 너무 꽉 쥐어 올려서 머리가 좀 잘 빠진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웃음)

김 기자 : 음악프로그램 ‘더 펍(the PUB)’의 진행자로 또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는데.

김태원 : 내 음악적 개성을 보고 진행자로 발탁했으니 그 개성이 묻어나는 음악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보고 싶다. 대본을 읽어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음악 하는 후배들과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얘기들을 나누고, 또 지적할 부분이 있으면 선배로서 혼도 낼 수 있는 솔직한 소통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기자 : 시행착오를 겪은 경험담도 좋고, 음악하는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김태원 : 지금 음악을 하는 친구들은 우리 때보다 훨씬 화려하다. 보여주는 부분도 많고. 근데 보이는 아름다움만큼 들리는 아름다움도 비례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10대와 20대로 구성된 친구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완성도가 높은 음악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은 팬의 몫이다. 창작에 대한 기다림이 망각되면 예술의 발전도 없다.

■ 이정연 기자가 본 김태원

색안경 너머의 순진한 눈빛 작게 웃고 크게 웃기는 남자

엔리오 모리꼬네를 좋아하고 남다른 감성을 가지고 있는 기타리스트. 가는 다리로 꼬고 앉아 다리처럼 얇은 담배를 하루에 2갑 피우는 아저씨. 색안경 너머로 보이는 순수한 눈빛을 가지고 있는 남자. 크게 웃지 않지만 남을 크게 웃기는 예능인. 김태원을 한 번 보고 알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다. 그동안 우리가 색안경을 끼고 그를 멀리 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민정 기자가 본 김태원

음악얘기할땐 까칠한 뮤지션 딸자랑할땐 팔불출 아·부·지


부활의 음악적 색깔과 미래를 얘기할 때 날카로워 보이던 김태원의 눈이 가족을 얘기할 때는 한없이 부드러워졌다. 특히 중학교에 다니는 딸 얘기를 할 때 그는 예민하고 까칠한 뮤지션이 아닌 그저 가족에 대한 사랑이 넘쳐나는 한 명의 가장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또 한번 김태원과 인터뷰 할 날을 상상해봤다. 아빠를 닮아 음악을 사랑하게 됐다고 말하는 그의 딸과 그 옆에 앉은 자상한 아버지 김태원과의 동반 인터뷰를.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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