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다…그러나 태극전사 믿어” 붉은 외침

입력 2010-06-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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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와의 경기가 열린 17일 서울 삼성동 영동대로 거리 응원에 나선 한 여성이 과감한 의상을 입고 화려한 보디페인팅을 선보이고 있다. 박화용 기자|inphoto@donga.com

아르헨티나와의 경기가 열린 17일 서울 삼성동 영동대로 거리 응원에 나선 한 여성이 과감한 의상을 입고 화려한 보디페인팅을 선보이고 있다. 박화용 기자|inphoto@donga.com

“아쉽다…그러나 태극전사 믿어” 붉은 외침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5000만이 함께 뛰었다. 그리고 12번째 태극전사들은 패배의 순간에도 ‘믿음’을 잃지 않았다. 이미 17일 오전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 근처에는 붉은 색 상의를 입은 응원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점들은 몸집을 불려갔고, 마침내 오후 6시가 넘어서자 물결이 되었다. 전국에서 무려 200만 명이 강렬한 몸짓으로, 그리고 뜨거운 함성으로 이역만리 태극전사들에게 힘을 보탰다.

○패션 경쟁도 후끈…거리응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축제

한국인뿐만이 아니었다. 파란 눈의 붉은 악마들도 응원대열에 합류했다.

“이화여대에서 강의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알렉스 비탈레(미국) 씨는 “뜨거운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나왔다”고 했다.

거리응원이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은 모습. 축제에서는 화려한 패션도 빼놓을 수 없었다. 과감한 노출의 탱크 탑과 태극문양을 넣은 문신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붉은색 상의 아랫부분을 묶어 허리 라인을 드러내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 김여울(21·여) 씨는 “자신 있는 곳을 내보인 것”이라고 패션 콘셉트를 설명했다. 김승희(20·여) 씨처럼 “튀고 싶었다. 싸매고 오면 누가 보겠냐?”는 얘기로 자신감을 표현한 붉은 악마도 있었다.

○태극전사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포기하지 않는다.



오후 8시20분. 요하네스버그에서 울린 애국가가 전파를 타고 온 국민의 가슴에 닿았다. 남녀노소를 불문했다. 대형화면을 응시하는 눈망울 안에서는 이념도 지역 색도 녹아내렸다. 일부 응원단은 기립해서 태극전사들과 일일이 눈을 맞췄다.

상대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자 “대한민국” 응원구호가 터져 나왔다. 붉은 악마들은 염기훈에게 경고가 주어지자 똑같이 심판에게 어필을 했고, 자책골을 허용하자 박주영과 함께 고개를 묻었다. 전반 막판 한 골이 터질 때는 이청용과 함께 수만 명이 세리머니를 펼쳤다.

뜨거웠던 90분만큼은 모두가 태극전사. 박주영의 가면을 쓰고 응원대열에 합류한 채예리(14·안산초지중) 양은 “자책골을 넣었지만 괜찮다. 나이지리아전에서 꼭 골을 넣어 이길 것을 믿는다”며 성원을 보냈다.

1-4 패배. 하지만 “대한민국” 함성은 ‘신뢰’로 ‘희망’을 말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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