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탄식도 잠시… “괜찮아 괜찮아”

입력 2010-06-1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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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떠나 멋진 경기 보여줘”
서울광장 - 반포 인공섬 등
전국서 167만명 거리응원
“괜찮아. 괜찮아.”

경기가 끝난 뒤 서울광장에 모인 10만여 명의 시민들은 1분여간 “괜찮아”를 목청껏 외쳤다. 우승후보인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는 아쉽게 패배로 끝났지만 전국의 응원 명소에 모인 167만 명(이하 경찰 추산)의 시민들은 잘 싸운 대표팀 선수들을 향해 “괜찮다”며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아르헨티나전이 열린 17일 저녁 서울에서 국토 최남단 제주 마라도, 최동단 독도까지 한반도는 온통 붉은 티셔츠를 입은 시민들의 응원 열기로 넘쳐났다. 이날 167만 명의 국민이 전국 340여 곳에서 태극전사들의 승리를 기원했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일대에는 경기 시작 5시간 전인 오후 3시 반경부터 인파가 몰려들었다. 대형 태극기가 내걸린 광장은 붉은 티셔츠를 입은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시민들은 한국 대표팀이 골을 넣어도 ‘대한민국’,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골을 넣어도 ‘대한민국’을 외쳤다. 직장인 박재하 씨(27)는 “승패를 떠나 멋진 경기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종현 씨(25)는 “나이지리아전에 희망을 걸어 보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남아공 월드컵을 계기로 거리응원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앞 영동대로에도 붉은 셔츠를 입은 12만 명의 최대 인파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시민들은 지하철 삼성역에서 봉은사 사거리 사이 왕복 14차로 도로 600여 m에 설치된 응원무대와 6대의 대형 스크린 앞에 모여 앉아 경기 내내 열띤 응원을 벌였다. 시민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는 ‘붉은악마’ 회원들이 나눠준 비닐봉투를 들고 도로 곳곳에 떨어진 쓰레기를 치웠다. 미국인 영어강사 테런스 베리 씨(28)는 “거리응원은 정말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한국이 꼭 16강에 올라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의 대형 인공섬 ‘플로팅아일랜드’ 앞에는 약 5만 명의 시민들이 강변을 가득 메웠다. 오후 6시부터는 월드컵 응원단장으로 꼽히는 가수 김장훈, 싸이의 공연이 열리는 등 탁 트인 한강변을 무대로 흥겨운 행사가 경기 직전까지 이어졌다.

해양경찰청은 오후 5시부터 인천 중구 북성동 인천해경 전용부두에 정박한 3000t급 경비함에서 주민 300여 명과 함께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함상 응원전을 펼쳤다. 부산에서는 야구장이 축구 응원 장소로 ‘용도 변경’됐다. 이날 오후 4시 반에 시작된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홈경기가 끝나자마자 부산 사직구장이 무료로 개방돼 월드컵 응원전이 펼쳐졌다. 전국 50개 교도소와 구치소에서도 재소자 5만여 명이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한편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레스토랑에는 아르헨티나인 40여 명을 비롯한 70여 명이 모여 “바모스(나가자)! 아르헨티나!”를 외치며 열띤 응원을 벌였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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