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남아공-김진회기자의 월드컵동행기] 한국, ‘亞 자존심 지켰다’…아시아팀 중 가장 먼저 16강 진출

입력 2010-06-23 05:5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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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전과의 전반전 경기에서 이정수 첫골을 넣고 있다. 전영한 동아일보 기자 scoopjyh@donga.com

허정무호가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에 성공하면서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지켰다.

허정무호는 23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더반의 모세스 마비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 조별예선 B조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에서 2-2로 무승부를 거뒀다.

전반 12분 칼루 우체에게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전반 38분 이정수의 헤딩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후반 4분 박주영이 프리킥 역전골을 터뜨렸지만 후반 24분 야쿠부 아이예그베니에게 페널티킥 동점골을 허용해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은 1승1무1패(승점 4.골득실 -1)를 기록, 이날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3승.승점 6)가 그리스(1승2패.승점 3)를 꺾어줌에 따라 자력으로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번 대회에서 전통의 축구강국 남미 팀들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아시아-아프리카-유럽 팀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남미지역 최종예선을 통과한 브라질를 비롯한 아르헨티나, 칠레, 우루과이, 파라과이는 모두 각조 1위에 올라있거나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반면 아프리카 팀과 아시아 팀의 이름은 각조 성적표의 맨 밑에서 찾을 수 있다. 유럽의 강호들도 험난한 예선전을 치르고 있다.

아프리카 팀을 먼저 살펴보면, 개최국 남아공과 카메룬이 사실상 조별예선에서 탈락을 확정지은 가운데 알제리와 코트디부아르도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가나가 D조 선두에 올라 있어 아프리카 팀의 자존심을 세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시아 팀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32개 출전국 중 최약체로 평가받고 있는 뉴질랜드 뿐만 아니라 호주, 북한도 사실상 고국으로 돌아갈 짐을 싸야할 입장이다. 일본 역시 덴마크와의 최종전에서 패한다면 16강 진출이 좌절된다.

하지만 한국은 부진 속에서 꿋꿋하게 16강 진출의 쾌거를 달성했다. 1966년 잉글랜드 대회에서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16강 무대를 밟은 북한과 1994년 미국 대회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에 이어 역대 원정 월드컵에서 16강을 맛본 세 번째 국가가 됐다. 한국과 일본 모두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했었지만 원정 월드컵에서 16강을 이룬 나라는 북한과 사우디뿐이었다.

그동안 한국은 ‘아시아 축구’의 최강이라고 자부해왔다. 아시아 국가 중 이번 대회를 포함해 역대 월드컵에 가장 많이 출전(8회)한 나라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섯 번의 원정 월드컵에서 번번이 16강 탈락의 쓴잔을 마시면서 일본, 사우디 등 한국과 라이벌을 형성하던 팀들에게 ‘종이 호랑이’에 불과하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특히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는 개최국 이점이 크게 작용했다’라며 한국의 발전된 기량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한국은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명실상부 아시아 최강팀으로 거듭났다.

2008년 1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허정무 감독은 월드컵이란 큰 무대에서 한국만의 장점을 살린 색깔 있는 축구를 펼쳐 세계 강호들과 대등하게 맞섰다.

또 1승1무를 거두고도 마지막 스위스에게 덜미를 잡혀 16강 진출이 좌절됐던 2006년 독일월드컵 때와 달리 아르헨티나에게 1-4로 참패했음에도 좌절감을 빨리 털어내고 나이지리아와의 최종전을 승리로 이끈 강한 뒷심도 발휘했다.

이번 16강 진출로 한국은 아시아축구의 자존심을 지켜냈을 뿐만 아니라 당당하게 세계축구 강국의 반열에도 오르는 계기를 마련했다.

더반(남아공)=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전영한 동아일보 기자 scoopjy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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