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 꼭지점으로 ‘월드클래스’ 입증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역시 '월드 클래스'였다.
한국은 2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16강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비록 아쉽게 패했지만 박지성의 활약은 변함없었다. 이날 박지성은 원래의 포지션인 측면이 아닌 중앙에서 선발 출격했다. 원톱 박주영(모나코)의 바로 밑에서 공격을 이끄는 역할. 역습에 능한 우루과이의 빠른 공격을 미리 차단하고, 풍부한 경험과 자신감으로 노련하게 경기를 조율하는 역할도 부여받았다.
경기엔 패했지만 '박지성 시프트'는 성공적이었다. '산소탱크'란 별명답게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으로 중원을 휘저으며 우루과이 수비진을 위축시켰다. 순간적으로 치고 들어가는 드리블도 일품. 좋은 지점에서 몇 차례 상대 파울을 이끌어내며 공격을 이끌었다.
언제나 그랬듯 수비 가담 역시 훌륭했다. 조별리그에서 우루과이 공격의 시작점 역할을 했던 미드필더 디에고 페레스(모나코)-알바로 페레이라(포르투) 콤비를 압박하며 흐름을 적절하게 끊었다. 경기 초반 우루과이의 빠른 패스와 현란한 개인기에 다소 위축됐던 태극전사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것도 역시 박지성. 전반 8분 실점 이후에도 그는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며 "잘했다"고 격려하고 박수를 치면서 분위기를 이끌었다.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박지성이 공수에서 꼭짓점 역할을 하며 윤활유 역할을 한 덕분에 미드필더에 힘이 붙었다"고 말했다.
경기에 앞서 우루과이 선수들은 한국 선수 가운데 최고 선수로 모두 박지성을 꼽았다. 공격수 디에고 포를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은 "박지성은 이미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선수"라며 "그의 발을 묶어야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라이커 루이스 수아레스(아약스)도 "박지성의 플레이를 잘 알고 있다"며 경계대상 1호로 그를 지목했다.
박지성은 조별리그 첫 경기 그리스 전에서 후반 쐐기 골을 터트리는 등 맹활약으로 16강 진출에 디딤돌을 놓았다.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 전에서도 캡틴다운 듬직한 믿음을 줬다. 그리스, 나이지리아 전 경기 최우수 선수는 모두 그의 몫이었다. 한국은 비록 8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박지성은 이미 세계 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포트엘리자베스=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