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끼’의 ‘홍일점’인 유선은 눈빛은 물론 미묘한 감성을 드러내는 표정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
“노출 질문에 당당하게 ‘할 수 있다’
대담한 뒷물신까지…많이 놀랐죠”
노출 연기도 감수할 수 있었다.
아마도 ‘검은집’을 빼고 자신이 연기한 것 가운데 가장 ‘세게’ 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였던 덕분일까.
배우 유선은 ‘세다’는 표현에 걸맞도록 가장 강렬하며 긴 여운을 남기는 인물로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그 속에서 이제 노출 연기는 어느새 그녀의 것이 아님을 충분히 납득하게 했다. 그 힘은 아마도 감독과 단숨에 쌓은 신뢰에서 출발한 게 아닐까.
14일 개봉한 영화 ‘이끼’ 속 홍일점인 유선. 한 시골 마을의 ‘권력자’인 이장(정재영)과 그를 둘러싼 마을 사람들, 그들의 비밀에 다가서려는 남자(박해일)의 한판 대결을 긴장감 가득한 분위기로 그려낸 영화 속에서 그녀는 사건의 흐름을 지켜보며 묘한 매력을 드러낸다. 원작인 동명의 만화에서도 그녀가 맡은 캐릭터는 노출 연기를 감행해야 한다는 짐작을 가져다준다. 때문에 강우석 감독은 그녀에게 노출 연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때 유선은 감독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감독은 놀란 눈치였다. 그 ‘당돌함’에 강우석 감독은 “배우로서 진정성이 느껴졌다”며 단박에 그녀를 캐스팅했다.
촬영현장에서도 강 감독은 또 한 번 놀랐다. 극중 유선이 ‘뒷물’을 하는 장면에서 감독은 이를 이 여배우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머뭇거렸다. 민망함 때문이었다. 강 감독은 여성 스태프인 스크립터를 통해 장면을 대신 설명해달라고 했다.
영화 촬영장에서는 보통 한 장면을 찍을 때 촬영을 반복하는 테이크가 몇 차례 계속되지만 이 장면 역시 유선의 ‘활약’으로 단박에 ‘OK’ 사인이 났다. 유선은 미리 연기 준비를 해왔고 카메라는 그저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만 가면 그뿐이었다. 그래서 아마도 ‘이끼’에서 극중 캐릭터의 묘한 관능미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장면으로 관객의 뇌리에 남게 됐다.
이처럼 대담한 연기를 펼친 유선은 정재영, 박해일, 유준상 등 선굵은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남자배우들의 틈새에서 ‘이끼’가 남긴 ‘홍일점’의 빛나는 성과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