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감독의 신작 영화 ‘이끼’에서 ‘살인의 추억’ 이후 또 다시 서스펜스에 도전하는 박해일. 그는 “언제나 고이지 않고 흐르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팀도 장점 있지만 자유로운게 좋아
‘한 감독과 두 작품 정도’ 나름의 원칙
연기자 박해일은 순박하고 선한 인상을 가졌다. 하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신파극에서 서스펜스까지 여러 장르에 두루 출연했다. 그가 연기한 캐릭터도 순정남에서 괴팍한 성격까지 다양하다.
‘소년, 천국에 가다’, ‘국화꽃 향기’에서 그가 표현한 것은 지고지순한 사랑이고, ‘극락도 살인사건’과 ‘살인의 추억’은 서스펜스, ‘모던 보이’와 ‘연애의 목적’(2005)은 능글맞음 , ‘10억’ ‘괴물’은 까칠함, ‘질투는 나의 힘’은 집착이다.
14일 개봉하는 ‘이끼’(감독 강우석·제작 시네마 서비스)에서 박해일은 다시 서스펜스로 관객과 만난다. 아버지의 죽음의 원인을 파헤치는 ‘유해국’을 맡았으며, 마을이장 천용덕(정재영)과 대립하며 극을 긴장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다.
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해일은 “장르를 따지기보다 시나리오가 주는 이야기와 인물이 주는 공감대에 끌리고, 호기심이 생기는 작품, 숙제로 다가오는 작품을 선택한다”고 했다.
물론 이런 가운데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은 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연기자로서 한 곳에 고이기 보다는 “흐르는 물”이 되고 싶어 “한 감독과 두 작품 정도까지만 하고, 늘 신인감독과 작업”하는 나름의 작품선택의 원칙이 있었다.
“신인 감독과 많이 작업을 했는데, 그분들에게 새로운 기분을 많이 받습니다. 전 어느 한곳에 머무는 고인 물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계속 흘러가고 싶습니다.”
‘이끼’의 감독은 연출경력 20년의 강우석이다. 박해일에게 이제 ‘강우석 사단’이 되는 것이냐고 묻자, “배우와 감독이 이른바 ‘사단’을 이뤄 작업하는 것이 장점도 있겠지만, 팀으로 뭉쳐서 영화를 하는 것은 어쩌면 비생산적일 수도 있고,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 난 자유로운 것이 좋다”고 했다.
“강 감독이 전화로 ‘하자’고 하셨는데, 딱 하루만 시간을 달라고 했죠. 그분의 노하우를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겠다 싶었고, 배우로 성장할 자양분을 얻을 수 것 같았습니다.”
‘이끼’는 이미 원작 만화가 만들어질 때부터 박해일을 위한, 박해일에 의한 작품이었다. 원작인 만화가 윤태호는 주인공 유해국이란 인물이 모호할 때, ‘질투는 나의 힘’에 나오는 박해일을 떠올리며 유해국을 표현했다고 한다.
박해일은 자신을 영화로 처음 이끌어준 임순례 감독이 “넌 도화지 같은 배우다”라고 평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던 박해일은 임순례 감독의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통해 2001년 영화에 데뷔했다.
박해일은 7월부터 다시 김윤진과 ‘대결’이란 영화를 시작한다. 그는 새 작품에서 또 새로운 모습을 위해 하얀 도화지 한 장을 다시 펼쳤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