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미련도 후회도 없다” 거미손, 태극마크 손떼다

입력 2010-08-06 16:01:45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거미손 이운재, 붉어진 눈시울  대표팀 골키퍼 이운재가 6일 국가대표 은퇴 기자회견이 열린 대한축구협회 5층 회의실로 들어서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 이운재, 대표팀 은퇴 기자회견

“이젠 후배에게 길 터줄때
박수받고 떠날 수 있어 기쁘다
2002년월드컵 폴란드전 선발출전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다. 11일 나이지리아와 평가전을 통해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이운재(37·수원·사진)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었다.

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표팀 고별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운재는 쾌활한 모습이었지만 30여 분간의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차례 눈을 감고, 입술을 깨물며 주마등같이 스쳐 지나가는 옛 추억들을 되새겼다.

남아공월드컵 이전부터 생각했던 계획. “어떻게 기억될지 몰라도 후배들에게 길을 터줄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이운재는 은퇴 이유를 밝혔다.

94년 3월 5일 미국과 친선전에 처음 태극마크를 단 이후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외길 인생이었다.

이운재는 A매치 131경기에서 113실점을 했다.

국내에서 자신보다 많은 A매치에 출전한 이는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135경기·9골)이 유일하다.

하지만 욕심은 없다고 했다.

“연연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기회가 절로 찾아온다면 모를까, 무리하게 인위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고 봤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은 역시 2002한일월드컵이었다.

그러나 4강 신화도, 스페인과 8강전 승부차기도 아니다. 폴란드와 조별리그 1차전에 자신이 선택된 게 가장 기뻤단다.

하지만 남아공월드컵에서는 벤치로 밀렸다.

“선택받기 위해 열심히 했기에 아쉬움과 미련은 없다. 물론, 필드에 나섰다면 더욱 화려하게 떠났겠지만 후회 없다.”

굴곡도 많았다. 특히 음주 파문이 일었던 2007 아시안컵을 빼놓을 수 없다.

“해선 안 될 일을 했다. 큰일이었다. 명예를 회복할 곳은 그라운드가 전부였다. 2008시즌 K리그에서 수원이 우승하며 조금 마음의 빚은 풀렸지만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대표팀에 합류했으나 불거진 체중 논란도 빼놓을 수 없을 터. “평생 들어왔다. 10년 전도, 지금도 듣고 있다”던 이운재는 “그렇게 관심을 보여준 분들이 계셔 지금의 내가 있었다. 관심이 없다면 비난하지 않는다.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후배 골키퍼 양성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향후 목표를 전한 이운재는 “수원과 계약기간이 올해 끝나는데 뛸 수 있을 때까진 뛰고 싶다”며 현역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